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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엔 Dec 28. 2021

(자작소설) 지옥의 재발견 04

지옥의 재발견 4회

7, 내가 사는 이유

“반 대리는 일한 지 몇 년째인데 아직도 이런 실수를 하나, 내가 분명히 중요한 고객들이라고 몇 번을 말했어”

“죄송합니다”

“매번 죄송이래”

“죄송합니다. 제가 그 고객님께 직접 찾아뵙고…"

“야 반 대리 네가 일본까지 갈 거야? 전략팀에서 다른 호텔들 다 제치고 청와대 국빈행사 숙소 따냈는데 네가 관리를 그따위로 하니까 아침부터 사장이 얼마나 나한테 난리 쳤는 줄 알아? 너 일본 할 줄 알아? 네가 뭘 직접 찾아뵌다는 거야, 이거 아주 더럽게 형편 없는 사람이네 … “


“죄송합니다”

“나가봐 짜증 나니까 농미씨 얼굴 보면”



오늘도 어김없이 상사에게 깨진 반농미는 시무룩한 표정을 지으며 사무실을 나왔다. 청와대에서 반농미가 일하는 호텔을 국빈 숙소를 지정했고 무사히 행사를 치렀지만 임원 승진에서 누락된 지배인은 vlp 담당인 농미에게 꼬투리를 잡아 화풀이를 했다. 하지만 농미는 이러한 갈굼에도 사무실에서 나가면 vlp 고개들을 마주 봐야 하는 담당인 인지라 락커로 들어가 다시 한번 화장을 고치곤 프런트로 나갔다.


화려한 샹들리에 와 브라질에서 들여온 천연 대리석으로 인테리어를 한 농미가 일하는 호텔 vlp 전용 로비는 서울 어느 5성급 호텔과 내놓아도 손색이 없었고 다들 잘 차려입은 사람들로 365일. 붐빈다. 이곳은 대한민국의 경제가 힘들다는 뉴스 보도와는 전혀 달리 활기찼다.

항상 화려하고 우아한 모습만을 지켜보는 반농미는 자신의 현실 생활과는 너무 거리감이 느껴진다는 감정이 요즘 들어 부쩍 드는듯 하다 그래도 앞으로 성실히 먹고살아야 하는 평범한 시민이기에 “오늘도 무사히”라는 구호를 속으로 외치곤 동료 옆으로 다가 웃으며 말을 건냈다



“세미 씨 역시나.. 나 또 오늘 핀잔 먹었다”

“하루 이틀이야? 내일은 내 차례일 거야 지배인 저러는 거 한두 번도 아닌데 뭘.. 날마다 한 명씩 돌아가면서 잡도리하는 거 취미잖아, 이번에 총 지배인으로 승진이 안됬으니 … 그룹사 전무에게 얼마나 알랑방귀를 뀌었는데… 그 전무가 자기 대학교 후배를 이번에 총지배인 자리에 올려놓았잖아”


“하긴 열받기도 하겠다… 그렇게 주말마다 같이 골프 쳐주고 비위 맞추던데 말이야"

“그뿐이야 지배인님 사모님이 그 전무님 사모님 댁에 가서 거의 몇 달간 파출부 노릇했데”

“어머 그건 너무 하다… 어머머”

"어휴 … 근데 농미씨 한테 뭐라고 하는 건 너무 심해, 왜 맨날 저 난리야”

“그래~ 그래도 웃어넘겨야겠지?”

“별수 없잖아. 우리는 먹고살아야지 그나저나 결혼 준비는 잘 돼가? “

"웅웅 그냥 조금씩 알아보고 있어”


동료가 물어본 결혼 준비에 점점 미소를 되찾는 반농미
자연스레 결혼 상대인 남자친구 용진의 생각이 머리를 스치자 힘들고 고된 일상이 스르륵 녹는듯하다.

“좋겠다~ 난 언제 결혼하냐… 반농미 너는 다 가진 거야, 대기업 다니는 남자친구, 잘생기고 키도 크고, 게다가 자상하기까지, 또 남자형제 중에 둘째라며…장남의 부담감도 없고 시누이도 없겠다, 시부모님 되실 분들도 인품 너무 좋으시고”


“웅 나 이렇게 회사에서 고생하는 거 보상받나 봐”

“그래~ 열심히 일하니까, 다들 시간 때우고 돈 벌러고 다니는데, 농미 너는 항상 고객들한테 진심이잖아~ 부지배인 맨날 그 지랄하는 거야 넘기면 되는 거고, 부럽다 부러워… 부케는 누구 줄 거야?”


“세미 씨 줄까? ~”

“어머~~진짜~~~ “


힘든 직장 생활이지만 그래도 마음 맞는 동료가 있다는 게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농미는 예쁜 얼굴에 이쁘장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 를 들을 응대했고 그렇게 퇴근시간이 되었다.

호텔 유니폼을 입던 복장을 일상복으로 갈아입고 호텔 뒷문으로 나가는 농미의 발걸음이 빨라졌고 그 빨라진 걸음의 종착지에는 호텔 뒷문에서 기다리고 있는 남자친구 용진이 손을 흔들고 농미를 기다렸다.


“빨리 와 ~~~”

해맑게 손을 흔들며 기다리는 농미를 반기는 용진의 두 손엔 검은 운동화가 오늘도 역시나 농미를 기다렸다

“자기 빨리 갈아 신어”

“매번 힘들게… 안 그래도 돼, 나 구두 신는 거 익숙해”

“아냐 우리 자기 힘들게 구두 신으면서 일했는데, 집에 가는 길이라도 편해야지, 빨리 어서 말 들어”


농미가 힘들까 봐 매번 운동화를 가지고 오는 용진의 모습에 농미는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했다. 용진은 하얀색 운동화를 자신이 준비하면 하얀색에 때가 탈까 봐 조심조심 걸어야 하는 일에 지치고 힘든 자신의 여자친구의 발에 힘이 들까 봐 일부로 막 신어도 티가 안 나는 검은색 운동화를 준비하는 그런 남자다. 그동안 편하지 않은 가정사에 혼자 집안의 가장이 되어야 했던 농미는 2년 동안 만난 용진과의 시간이 너무나 꿈만 같았고 이런 남자와 인생의 동반자로 평생 살아갈 생각에 너무나도 행복하다.



“농미야”

“웅?”

“미안해, 내가 차가 있었야 우리 자기 편하게 집까지 바래다주는데 그렇지 못해서”

“뭐야… 이렇게 맨날 나 퇴근할 때까지 와주고 지하철같이 타고 자기랑 집 가는 길이 얼마나 행복한데”


“남들은 외제차에 하다못해 k3라도 사서 여자친구들 데려다주는데.. 내가 좀만 더 모아서…”

“나 화낸다… 됐어, 서울 차가 얼마나 막히는데, 우리 앞으로 결혼하면 살집도 알아봐야 하고, 앞으로 돈 쓸 때 많은데… “


“그래도 나는”

“나 만약에 자기가 지금 우리 상황에서 차 샀으면 화났을 것 같아, 자기는 본인 일 성실히 하고 열심히 살고 가족들한테 잘하고 게다가 우리 엄마랑 동생한테까지.. 돈은 모으면 되지만 성실한 건 살수 없으니까”

“진짜~~~? 우리 농미 말 진짜 감동이라니까”

“가자 얼른 … 지금 카드 찍고 들어가야 지하철 안 놓쳐”

“좋아 가자 농미야, 이따가 내려서 그 포장마차에서 떡볶이에 꼬마김밥 찍어 먹을까?”

“좋아 가자”






용진은 농미에게 어깨동무를 했고 농미 역시 용진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서울에서 가장 행복한 얼굴로 지하철역으로 둘은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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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아심의 노력 (아심의 각도)



#유진호텔 일식당



“이번 총선에 반드시 우리 민주자유당이 승리해서 후년 대선까지 이어져야 해요”

오늘 부부동반 모임에서 가장 먼저 민주자유당의 공천을 받은 윤 검사의 아내가 자랑하듯 이야기를 꺼냈다

“그럼요 우리 남편들이 이제 아주 큰일들을 할 텐데 우리 내조가 가장 중요하겠죠?”

윤 검사 아내의 말을 주거니 받거니… 일주일 전 당으로부터 비례대표 공천을 받은 김 변호사의 아내도 그녀의 말을 거들었고 어젯밤 당 대표에게 현금 파티를 열어준 판사 출신의 우리 남편 로펌 동업자인 허 대표의 아내도 웃으며 와인잔을 부딪쳤다.

그녀들의 남편들도 아내들의 말에 살며시 웃으며 와인잔을 들었지만 우리 남편만 화가 난 얼굴을 감추지 못한 체 건배하는 시늉만 했다.


“오 대표, 걱정 마 아버지가 힘 좀 써주실 거 아냐"

허 대표가 남편에게 위로한다는 듯 말했다

“아 … 말도 하지 마 아버지 지난 정권에서 대법관 하신 이력 때문에 공천 받기가 더 힘들어, 당 쇄신한다고 그 시대 때 연관된 사람들은 좀 쳐내는 분위기 자나”


“그래도 맨땅에 헤딩한 우리보다 이 대표가 좋지, 우리야 국회 뱃지 달아봤자 생계형 국회의원일 뿐이고 이 대표는 뭐 솔직히 안 해도 …”
"됐어… 일단 마치자고”


남편은 허 대표의 위로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술을 연속 들이켰고, 나는 남편에 옆에 놓인 쓰지 탕을 그릇에 떠주며 남편을 챙겼지만 아무래도 남편은 내가 마음에 들지 않은듯하다.

결혼 후에 알게 된 성격차이도 있지만 아무래도 나의 배경이, 나의 집안이 남편의 기준에 미달인듯하다..

이 자리에 있는 남편 친구들 3명은 남편과는 다르게 나와 같은 평범한 집에서 자라서 판검사, 변호사들이 되었지만 다행히도 내놓아라는 집안의 여자들과 결혼했고, 아내들이 남편의 신분을 상승시켜 주고 있다.


나는 잘 사는 집안은 아니지만 부부 교사셨던 아버지 밑에서 열심히 공부했고 그렇게 일류 대학까지 나왔지만, 더 큰 꿈을 꾸는 남편에겐 아무것도 힘이 안되는듯하다.

부부동반 모임이 끝나고 나와 남편은 차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당신 봉사활동은 잘나가고 있는 거야?”

“네 등록해서 다니고 있어요”

“사람들이 알만한데, 제일 큰 자선단체로 들어가서 하란 말이야"

“네 디아스포라 재단이라고 아시죠? 거기 등록해서..”

“가서 봉사하는 것도 티 내고, 사진도 찍고 그래, 요즘은 들어내지 않으면 묻히는 사회니까… 하여간 저 새끼들 대학교 때 학비 부족해서 전전긍긍하는 새끼들인데 나보다 먼저 배지 달게 생겼으니..”


“….. 제가 봉사활동 열심히 할게요"


“다들 …. 아휴 말을 말자… 집에서 돌쳐 쓸 궁리하지 말고 … 남편을 위해 일 좀 해라… 국회의원 되면 내가 좋냐, 너랑 애들이 좋지”

“알겠어요”

“그리고 그 뭐야 피부과랑 쇼핑하는데 줄여서 다녀”


“그것도 잘 안..”

“말대꾸하지 말고!!!”

“네…”

“아 그리고 당신 오빠한테 전화해서 정시 출근 좀 하시라 그래 매번 어떻게 점심시간이 지나서 오시냐… 직원들이 얼마나 말이 많은 줄 알아?”

“미안해요… 제가 주의 시킬게요"

“하.., 그놈의 미안해요 미안해요”


다음날

오늘도 여김 없이 시댁 식구들을 위해 아침을 차렸고, 오후에 남편이 들어가려는 민주자유당의 국회의원님 댁에 가서 음식을 도와주기로 했다. 나는 서둘러 설거지를 맞추고 시댁 식구들이 외출을 한 틈을 타서 모닝커피를 마시려는데 휴대폰 벨이 울렸다



“여보세요. 영미야”

“그래~ 계집애야 잘 지내니?”

“그럼~ 너무 행복하지”

“아이고 우리 사모님 좋은 집에 시집가서 살만하신가 봐요, 뭐하고 있었어”

“어… 나 방금 집에서 차 한잔 하다가 피부과 가려고~”

“어머 ~ 피부과도 다녀?”

“웅 가기 귀찮은데 남편이 가서 가꾸라고~ 끝나면 골프연습하러 가야 해, 나 알지 운동 싫어하는 거 근데 우리 어머님이 같이 배우자고 회원권 끊어 놓으셔가지고… 아후 내가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하다….”


“역시 변아심이 시집은 잘 갔어~ 부럽다 누구는 회사 가서도 치이고 집에 와서도 애들이랑 남편한테 치이고, 네가 제일 행복한 줄 알아”

“그럼 너무 감사하지~ 영미야 나 지금 준비하고 나가야겠다, 또 연락할게"

그렇게 오랜만에 전화 온 영미에게 거짓말을 하곤 전화를 끊었다
행복해 보이고 싶었다. 내가 이렇게 사는 걸 들키기 싫었다.
감성에 빠지지 말자…그래도 그때보단… 10년 전 그때보단 행복하니까…

지금 시집살이에… 날 사랑하지 않는 남편이 있어도 그때보단 행복하니까…
내 배경이 남편의 꿈인 정치인에 도움이 안 된다면 내가 발 빠르게 뛰어보자
그리고 나도 한번 국회의원 사모님이 되어보자… 울지 말자
국회의원 사모님이 되기 위해… 그리고 이 집안에서 살아남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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