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잘 참는다.]
그렇게 거의 매일 연락을 했다.
휴대폰의 존재에 대해 이리 감사함을 느낀 적이 없었다.
그렇게 나는 통영에서 그녀는 부산에서 차로는 한시간 반 정도 소요되는 거리를 극복할 수 있었다.
어린 시절의 사랑이었던 그녀를 매일 좀 더 알아갈 수 있다는 게 참 좋았다.
내 상상 속의 그녀는 진짜 공주였다.
뭐랄까. 디즈니 만화에 나오는 진짜 공주같은 삶을 살지 않을까? 생각했다. (이게 진짜 짝사랑의 특징이다.)
그런데, 사실 그녀도 현실을 살아가는 인간적인 그리고 심성이 따뜻한 또 아주아주 솔직한 (응답하라 1988의 여주인공이었던 '덕선'이와 성격이 참 비슷하다) 한 사람이었다.
큰일이었다.
오히려 환상이 깨지고 나니 더 좋아졌다.
늘 보고 싶었다.
괜히 그녀 생각에 배시시 웃기도 하고 말이다.
그래도 내가 누군가. 작은거인 한의빌더다.
타고난 바는 없더라도, 절제와 인내는 어디가서 지지 않는다.
잘 참았다.
충분히 잘. 그렇게 사소한 일상까지 공유하는 친구가 되었다.
속으로 '너만 친구라 생각하지, 나는 아니다.' 생각했다.
그래도 역시, 나는 잘 참는 사람이다.
끄떡없다.
내가 먼저 내 마음을 숨기지 못해 이 소중한 친구 사이를 깨뜨리는 일은 없을 거다.
그러던 어느 날, 사건이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