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걱정도 안 되냐?]
나는 내 마음을 꽤 잘 숨겼나보다.
그녀가 대학교 친구들이랑 볼링을 치러간다고 했었다.
모르긴 몰라도, 그 중 그녀를 마음에 두고 있는 사내도 있었을 것이다(이것도 짝사랑의 특징이다).
내 기준으로는 안 좋아하기 어려운 사람이다.
그런데, 나는 앞서 말했듯, 친구로도 이미 충분히 만족한 상태라 더 욕심을 부리지 않기로 결정을 진작 내렸다.
그녀가 친구들과 볼링을 치고 있는 시간대가 밤 11시쯤이었다.
당시에는 락볼링장이 유행이었다.
그 와중에도 그녀는 나에게 메신저로 연락했다.
그렇게 연락을 자주 하는 사이라면, 나도 눈치를 챌 법도 하겠다 생각을 하는 독자도 있겠지만, 정말 상상 못 할 일이라 상상하지도 않았다.
'니는 내가 걱정도 안 되냐?'
오죽 답답했으면 그녀가 이리 물었다.
'응?'
또 오죽 답답했으면 그녀가 전화가 왔다.
'걱정도 안 되냐고!'
'당연히 걱정되지. 그 친구들 사이에 분명 너를 마음에 둔 사내도 있을텐데, 걱정이 안되고 배기겠냐?' 라고는 속으로만 생각하겠다 한 것이 조금은 입 밖으로 나와버렸다.
'어... 걱정 되지 당연히'
이 대답으로도 성에 안 찬 그녀가 한 번 더 묻는다.
'걱정이 왜 되는데?'
나는 내 마음을 잘 숨겼는지, 아니면 다 들키고도 나만 몰랐는지,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