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달리기가 너무 싫으니, 마라톤 풀코스를 뛰어봐야겠다.’
제가 마라톤에 도전한 이유입니다.
정말 없는 시간 쪼개어서 준비했습니다.
점심시간이면 하루도 빠짐없이 10분이라도 달렸습니다.
휴일이면 새벽같이 일어나 달렸습니다.
그래도 턱없이 모자란 훈련기간 이었습니다.
결과는 SUB4에 성공했습니다.
가장 기분 좋은 부분이 무엇이냐면, 포기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30km가 넘어가니 힘들다기 보다 아프더라고요. 정말 다리가 묶인다는 표현이 딱 맞았습니다. 신기했습니다. 안되겠더라고요.
남은 거리를 걸으면 sub5를 할 수 있을지를 계산하고 있었습니다.
도무지 뛸 수 없겠다고 느꼈거든요. 근육과 인대와 힘줄이 충분히 단련되지 않았다는 판단이 섰습니다. 그렇게 걸으려고 하는 순간.
노란 풍선을 맨 페이스메이커가 지나갔습니다. 풍선에는 3:50이라고 적혀있었죠.
이제 더 이상 뛸 수 없다고 판단했던 내 머리를 뒤로 하고, 내 몸이 노란 풍선을 따라갔습니다. 한 5분쯤 따라 붙어 뛰어보니, 내 머리가 틀렸습니다.
책에서 배운 내용입니다. 우리가 한계에 도달했다고 판단하는 그 순간, 실제로 관련된 지표를 검사해보면, 한참 못 미치다는 것이죠. 그러니까, 늘 우리는 더 할 수 있는 거죠.
그렇게, 바닥만을 보며 누가 이기나 끝날 때 까지 뛰어본다는 마음으로 완주를 했습니다. 그 순간부터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까지, 다리가 말을 듣지 않습니다. 정말로, 처음 느껴보는 고통이라 신기합니다. 보디빌딩의 근육통과는 다릅니다. 근력운동이 주는 근육통은 비교적 안전한 느낌이라면, 마라톤이 주는 통증이 무자비합니다. 무언가 잘못된 건 아닌가 하는 느낌이 있습니다.
진료를 보고 있는데, 어쩌면, 제가 환자분보다 더 아플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마라톤을 완주하고 나서 가장 기쁜 점은 제가 포기하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만약, 그 때 걷기로 하고, 페이스메이커를 따라가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정말 마음이 처참했을 것만 같습니다.
저는 상을 받은 것도 아니고, 유명해진 것도 아니고, 상금을 받은 것도 아닙니다. 그저, 포기하지 않았을 뿐입니다. 포기하지만 않아도, 행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배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