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하는 동안 겪었던 일입니다. 공부를 하는 와중에, 고등학교 선생님을 뵈러 찾아가고 있었습니다. 비오는 날 이었고, 밤이었습니다.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렸습니다. 꽤 크고 긴 횡단보도였습니다.
아무튼 걷고 있는데, 쿵! 하고 뭔가 스펙타클 하더니 엎 드려있더군요. 피가 나고 있었고요. 그 때 든 생각이 ‘아, 왜 이렇게 재수가 없지. 나는...’ 이었습니다. 그 사람 차를 타고 병원으로 갔습니다.
당시, 부모님께서 일 때문에 서울에 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작은외삼촌이 대신 오셨습니다. 먼저, 종합병원으로 가서 응급처치를 받았습니다. 부모님께서 더 큰 병원으로 가라고 하셔서 대학병원으로 가려던 참이었습니다. 부모님이 저를 엄청나게 걱정하시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과속해서 부산으로 오시다가 사고라도 나면 어쩔까 생각도 들더군요. 그래서 일단 괜찮은 척을 하기로 했습니다. 아니, 사실 버틸 만 했습니다. 무릎이 좀 잘 안 써지고, 팔꿈치가 아프고, 머리에서 피가 좀 나긴 했었습니다.
“작은외삼촌, 저 너무 배가 고파서 그런데요. 저기서 국밥 한 그릇만 먹고 가지요.”
“닌 지금 국밥이 입에 들어가나? 괜찮나?”
“병원 밥 맛 없잖아요. 들어가기 전에 먹고 가게요.”
“그래. 알았다.”
그렇게 국밥 한 그릇 먹고, CT 촬영하고, 큰 이상은 없어서 종합병원에 입원을 하게 되었습니다. 누워 있다 보니 부모님께서 반은 우시면서 들어오시더군요. 슬프더라고요.
사고 낸 사람에게는 화도 났고요. 아니 무슨, 분명히 신호를 봤을 텐데, 어찌 그리 속도를 밟았는지 말이죠. 작은 외삼촌은 당시 사고를 낸 사람이 음주운전 한 것은 아닌지, 차를 멈추라는 빨간 불 신호를 보고도 속도를 밟았는지 여부를 체크하시더라고요. 음주운전을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과속을 한 것은 맞았고요. 그 차에 치인 것은 저고요.
병실에 누워있을 때는 한숨이 끊임없이 나오더라고요. ‘지금 내가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닌데, 재수생인데 나는, 내가 뭘 그리 욕심을 냈다고 이런 사고를 당할까. 그냥 공부나 좀 하겠다는데...’ 한 2주일 정도 입원을 했더니, 괜찮더라고요. 퇴원하겠다고 떼를 썼습니다. 그 당시는 뭐 보험금, 합의금 이런 것들보다도 그냥 제 할 일이 더 중요했습니다. 빨리 공부를 시작해야 했고, 운동도 하체 운동 말고는 할 수 있었으니까 하겠다고 했습니다. 병원에서 안 된다고 했지만, 바로 퇴원해버렸습니다. 책임은 제가 지는 것이겠죠. 내 인생 누가 대신 살아줄 것도 아니고, 책임져줄 것도 아니잖아요. 내 삶에서 지금 당장 뭐가 중요한 일인지는 내가 판단하는 거고 책임지는 거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