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동안 자유로웠지만 외로웠던 재수에 걸쳐 다시 대학 교 원서접수 기간이 왔습니다. 어디에 지원을 할까 생각 해 봤습니다.
첫 번째로는 서울대학교 체육교육학과로 정했습니다. 저 는 당시 운동을 굉장히 열심히 하던 시기였고, ‘좋구나. 계속 할 만 하겠구나.’생각이 들더라고요. 솔직히 말해서 진짜로 이 일 아니면 안 되겠다거나 내 운명이고, 천명이다. 그런 것은 없었습니다. 현역시절 지원했던 인문학부도 마찬가지입니다. 나쁘지는 않아서 지원했었습니다. 두 번째로는 한의학과에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사실 앞서 말씀드리지는 못했는데, 저는 고등학교 문과 출신이었습니다. 문과수학만 공부했습니다. 재수 시절 뭔가 더 해보자. 그냥 같은 것들 다시 한 번 더 그대로 공부하기에는 동기가 모자랄 듯싶었어요. 결심을 했지요. 그 어렵다던 이과수학 도전해보기로 했습니다. 물론 단순히 그렇게 도전만 하자는 아니었습니다. 제가 그 정도로 무모하고 순수한 사람은 아닙니다. 문과생이 수학을 이과수학을 응시했을 시에는 서울대학교에서는 가산점을 주었던 이유도 있었습니다. 물론 그 가산점이 난이도에 비해서는 비교적 낮았고, 정말로 잘 할 수 있다면 이익이 되는 그런 도박이었죠. 아무튼 이과수학까지 했었습니다.
정리하자면, 서울대에 가기 위해 이과수학을 응시한 문과생인 저는 지원가능한 대학교가 서울대학교, 몇몇 한의대, 의대였습니다.
생각도 할 것이 없었어요. 가능한 곳이 저 세 곳인데 말이죠. 그래서 서울대 체육교육학과, 동신대학교 한의학과를 지원했습니다. 특별한 동기는 없었습니다. 그냥 한 것입니다. 결과는 동신대학교 한의학과에 합격했고, 이곳에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동기(動機)라는 단어를 그대로 풀이하자면, 움직일 동, 틀 기 입니다. 일을 발동시키는 계기. 사람이 마음을 정하거나 행동을 일으키거나 하는 직접적인 원인 또는, 그 목적입니다.
제가 지금 생각해보면, 공부를 하거나, 운동을 하거나, 한의대에 입학을 해서 졸업을 하거나, 보디빌딩 시합에 출전을 하거나 했던 모든 일들의 시작에는 거창한 동기 따위는 없었다는 겁니다.
사소한 동기 정도는 있었겠지요. 아버지께 데카르트의 명언이 무슨 뜻인지 여쭈어 봤던 일, 보디빌더를 목욕탕에서 봤던 일, 문과생이지만 이과수학을 시험 봤던 것, 나의 복근을 구경하고 싶었던 감정 정도겠지요.
그런데 중요한 점은 이러한 동기들은 어떠한 것으로도 대체될 수 있었다는 겁니다. 동기보다 중요한 무언가는 그냥 하는 것이었습니다. 서울대를 가기 위해, 보디빌딩 시합에서 1등을 하기 위해 공부를 하고 운동을 했던 것이 아니었습니다. 저는 단지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아직 공부를 할 만큼 안했기 때문에, 운동을 할 만큼 안했기 때문에 그 하루를 보내면서 했던 것입니다.
동기는 무엇이 되었던 상관이 없습니다. 상관이 있는 것은 얼마나 간절히 실천을 하는가 입니다.
내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줄 그런 충격적인 일은 없었습니다. 단, 한번도요. 있었다면, 묵묵히 진행했던 해온 공부와 운동이었습니다. 그만큼 나를 충격적으로, 혁신적으로 바꾼 일은 없었습니다.
시작부터 거창한 동기나 특별한 계기를 바라는 것은 가만히 바닥에 앉아서 10억을 줍고 싶다는 생각만 하고 있는 것과 같다고 봅니다.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10억을 벌고 싶으면 그냥 일어나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결과적으로 10억을 벌 수 있든, 없든 바닥에 가만히 앉아있는 것 보다 내 일을 충실히 수행하는 것이 그럴 수 있는 확률을 훨씬 더 높이는 일인 것만은 확실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