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이 옳다.
15. 이 순간을 사랑하는 방법.
‘지금쯤 되면 반복되는 것에 지겨울 수 있지 않을까?’ 하실 수 있습니다. 매일매일 공부하고, 운동하고 지내다 보면 너무 지겨울 텐데, 어떻게 그것을 참을 수 있었나? 하실 수 있습니다. 저는 세상에 반복되는 것은 없다고 봅니다.
먼저 공부를 봅시다. 초등하교, 중학교, 고등학교, 재수 시절 하는 공부는 실상 다 다릅니다. 고3과 재수시절 실질적으로 보는 텍스트는 같지 않은가? 좋습니다. 그렇지만, 제 머릿속에 남는 지식과 정보, 문제를 푸는 해결능력들은 계속 바뀌고 있습니다.
운동도 마찬가지입니다. 정말로 반복되는 것이라면, 저는 여전히 처음 운동하던 그 시절의 운동수행능력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계속 발전하고 있는 겁니다. 나무 봉으로 스쿼트를 하던 아이가 지금은 140KG으로 스쿼트를 할 수 있습니다.
이렇듯, 정말로 반복이란 것은 없습니다. 반복이 됨으로써 차이가 이미 만들어져버립니다. 그 차이가 워낙 미세하여 지루할 수 있겠지요. 사실 그 반복이란 것도 같은 것의 반복은 아니겠죠. 시간이 흐르면서 시시각각 나는 변화하기 마련이니까요. 그 변화된 주체가 같은 행동을 하더라도 다릅니다. 극단적으로 비교해서 오늘 한 달리기와 내일 한 달리기는 차이가 있더라도 파악하기 어렵겠죠. 같다고 느끼겠지만, 다섯 살 짜리 김석욱이 하는 달리기와 스무 살 짜리 김석욱이 하는 달리기는 확연히 다릅니다.
마약이나 술, 도박 같은 경우 차이가 급격합니다. 1초 단위로 기분이 바뀝니다. 물론, 마약을 하면서 내성이 길러지는 변화, 술을 마시면서 주량이 느는 변화, 도박을 하면서 도박에 대한 감각이 느는 변화 등은 있을 수 있겠지요. 그것은 공부, 운동을 하면서 겪는 느린 변화와 같은 유형입니다.
마약, 술, 도박에 빠지기 쉬운 이유는 나를 급격하게 바 꿔주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러한 유형의 빠른 변화, 빠른 차이에 집중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나의 능력이나 생명력, 본질을 증진시키는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공부나 운동 등과 같이 느린 변화를 일으키는 것들에 집중을 해야 합니다.
그렇지만 너무 느리고 미세해서 지겨운 것이 문제입니다. 이럴 때는 내가 나 스스로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됩니다. 아주 집중해서요. 집중해서 보면 변해있습니다. ‘본인 스스로의 심연을 들여다봐라.’ 같은 문장이 힘이 있는 것은 그 이유입니다.
심연에 무언가가 내재되어 있기 때문이 아닙니다. 열심히 하고는 있지만 변하고 있지는 않는 것 같을 때, 나를 집중해서 바라보면, 급격하게 변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일주일 속에 삽니다. 월화수목금토일요일 중 어느 요일에 살고 있습니다. 이렇게 보면 꼭 반복되는 느낌입니다. ‘오늘은 월요일이네. 내일은 화요일이겠네.’ 이렇게요.
그렇지만 사실 명칭만 같습니다. 월요일이라는 단어를 똑같이 쓸 뿐이지. 실상 내가 살아왔던 월요일 하나하나를 살피면 서로 전혀 상관이 없습니다. 단지 명칭만 같을 뿐입니다.
시계를 봐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24시 속에 삽니다. ‘1시네.’ 그 ‘1시네.’라고 말한 그 순간은 다시 반복되지 않습니다. 설령 또 1시가 오더라도 그 때 지나간 그 1시와는 전혀 상관이 없습니다.
이렇듯 월화수목금토일, 24시 심지어는 월(month)/일(day)도 명칭이 반복됩니다. 인지해야할 핵심은 단지 명칭만 같을 뿐, 실질적으로는 전혀 다른 순간순간들이라 는 점입니다.
매일 매일이 반복되는 것처럼 느껴지고 지루할 수 있습니다. 실상은 그렇게 느끼는 것뿐이지, 시간의 흐름 위에 서 동일한 것은 이뤄질 수 없는 것입니다. 순간이 제각기 다 다릅니다. 이러한 순간들을 귀중하게 보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렇게 순간순간을 귀중하게 보내고 싶지만 생각만큼 잘 실천이 되지 않을 때, 유용한 생각이 있습니다.
바로 니체의 영원 회귀 사상입니다. [니체 철학에서 볼 수 있는 근본사상의 하나로 “똑같은 것이 그대로의 형태로 영원에 돌아가는 것(回歸)이 삶의 실상(實相)이다”라는 생각이다. 모든 생성(生成)을 한 원환(円環) 안에서의 되풀이로 보는 이 사상에서는 모든 점이 바로 중심점(中 心點)이 되기 때문에 현재의 이 순간이 영원한 과거와 미래를 응축(凝縮)시킨 영원적 의미를 지니는 것이 되며, 이리하여 현재의 모든 순간, 현실의 이 대지(大地) 위의 삶 자체가 그대로 영원한 가치로 이어져 힘차게 긍정되어 간다는 것이다.] -출처 위키백과
제 방식대로 해석하자면, 이렇습니다. 이 순간이 그대로 영원히 되풀이 됩니다. 음악 들으실 때 한곡 자동재생 해놓으시지요? 같은 곡을 영원히 반복재생 하는 겁니다. 그 곡을 우리의 삶으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우리의 삶이 영원히 반복되는 겁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정말 싫어하는 곡을 영원히 반복 재생시켜 두고 싶으신가요? 그렇지 않으면 내 인생의 명곡, 오랫동안 들어도 질리지 않고 듣고 싶은 곡을 반복 재생시켜 두고 싶으신가요?
마찬가지입니다. 별 볼일 없는 하찮은 인생을 영원히 자동 재생 시켜두고 싶으신가요? 그렇지 않으면 스스로의 기준에서 위대하고 가치 있는 인생을 자동재생 시켜두고 싶으신가요?
저는 후자입니다. 제 삶이 가치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삶을 불후의 명곡으로 만들어야만 합니다.
“똑같은 것이 그대로의 형태로 영원에 돌아가는 것(回歸) 이 삶의 실상(實相)이다.”
-프리드리히 니체
“매 1분마다 인생을 바꿀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온다.”
-영화 <바닐라 스카이, 2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