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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의빌더 김석욱 Aug 05. 2024

16.패배할 것을 알고도 도전하라.

16.패배할 것을 알고도 도전하라.        



                 

저는 서울대학교 체육교육학과를 지원했었다고 앞서 말씀드렸습니다. 그 준비를 위해 체대입시학원을 다녔고요. 초등학교 이후 처음으로 학원이라는 곳에 학원비를 내고 다녀봤습니다. 체대준비생은 고3시절 제 반에도 2명이 있었습니다. 하루 종일 잠만 자다가, 수능이 다가오자 공부를 좀 하던 친구들이었습니다. 물론 무시하거나 낮게 보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저는 그들의 노고를 몰랐던 것이죠. 학원에 들어가기 전, 저는 뭐든 잘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공부가 워낙 힘들었기에, 이보다 몸 쓰는 일이 더 나에게 맞을 것이라고 봤거든요. 저도 웨이트트레이닝은 꾸준히 해오던 참이었으니까요. 뭣도 모르는 놈이 까분 것이죠. 첫날 원래 준비를 해오던 무리에 합류해서 운동을 했습니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느낌이 뿌듯하고 기뻤습니다. 저를 가르쳐주시던 선생님들께서도 너무 훌륭하시고 정신적인 부분에서 배울 점이 너무 많았습니다. 같이 운동을 하게 된 형님, 동생님들 다 좋았습니다.     

다만, 문제는 제가 너무 못하더라는 겁니다. 다시 한 번만 더 말할게요. 너무 못하더라는 겁니다. 중학생 시절 아무리 노력해도 이길 수가 없는 그 하루하루 쌓여온 내 공을 이길 수가 없었던 1등 친구가 떠올랐습니다. 아니, 그 이상이었습니다. ‘내가 저들보다 더 잘 할 수 없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생각이 아니라 확신이 들었습니다. 그렇더라도 뭐 어쩌겠습니까. 할 수 있는 데 까지는 해봐야하지 않겠습니까. 그 마음으로 최선을 다했습니다.     

아직도 기억에 선합니다. 하루는 해가 뜰랑 말랑 하는 아침에 오래달리기 연습을 하러 육상트랙이 있는 신라대학교 운동장으로 선생님과 갔습니다. 가보니 눈이 쌓여 있더군요. 저는 속으로 생각을 했습니다.     

‘아, 이거 눈 얼었다. 뛰면 미끄러져 다칠 수 있다. 시험 얼마 남지 않았는데, 다칠 것 같다고 말해야지.’     

“형님(제 마음속으로는 선생님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선생님께서 당시 나이차이가 많지 않으니 형님이라고 부르라 하셔서 부르기는 그렇게 부릅니다.). 이거 아직 트랙이 얼어서요. 뛰다가 미끄러지면 크게 다치겠죠?”     


제가 말했습니다.     

그러자 선생님이 답하셨습니다.     

“지금 이제 해 뜬다. 녹는다. 살살 뛰라.:     


“네...”     

또 다른 일화는 철봉체조를 배우러 어느 체조장이 있는 초등학교에 갔었습니다. 체조장은 실내라 춥거나, 눈이 있거나 하는 핑계를 댈 수 없습니다. 철봉에 매달려 체조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턱걸이는 잘 했습니다만, 철봉체조는 못했습니다. 기반이 튼튼하다고 응용을 잘 하는 것은 아닌가 봅니다. 아무튼, 하기 시작했는데, 이상하게 그 날 따라 조금 잘되는 느낌인겁니다. 그래서 좀 더 용기를 내고 무리를 하 다가 착지를 했습니다. 뭔가 느낌이 쌔했습니다. 그러다가 손바닥이 따끔따끔하면서 따뜻하더라고요. 손바닥을 보니 손바닥 피부가 벗겨져있더군요. 구둔살도 다 날라 갔고요.     

놀랐습니다. 처음 느껴보는 감각이었습니다. 저는 이번에 는 확신했습니다.     

‘오늘 운동은 끝이다.’     

이 확신과 함께 선생님께 물어봤습니다.     

“선생님, 이거 다 나으려면 얼마나 걸리죠? 더 못할 것 같은데요.”     

그러자 선생님이 말씀하시더군요.     

“손 갖고 와봐라. 보자. (보시더니) 좀 까졌네. 괘안타. 흉 안 진다.”(좀 까진 정도가 아니었고, 흉터 생겼습니다.)     

하시며 탄마가루를 제 손바닥에 뿌리시고 제 두 손을 잡 고 막 비비시는 겁니다. 저는 벙 쪘습니다.

“이제 괘안채?”     

진짜 괜찮은 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 참을 만 했습니다. 결국 다시 훈련을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일화만 더 소개하자면, 실기시험 당 일이었습니다. 오래달리기를 하는데, 정말 처음으로 그렇게 죽기 살기로 뛰어봤습니다. 그 전에 연습을 무리하게 해오던 탓에 경골에 피로골절이 있는 상태라 전날 미리 진통제를 맞고 뛰었었죠.     

정말 그 동안 운동회나 학교 수업시간에 체력테스트 때 했던 달리기는 달리기가 아니었구나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숨을 쉬는데 피 맛이 나더라고요. 표현이 적절할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할 수 있는 표현 안에서는 제일 가깝습니다.     



뒤에 들은 이야기지만, 저희 어머니께서는 제가 달리는 모습 보면서 우셨답니다. 불쌍했답니다. 저도 제가 그 순간은 불쌍했습니다. 그런데 또 회상을 해보면 그때의 제가 참 기특합니다. 여러 일화들이 더 있지만, 이만 여기서 마무리하겠습니다.     

처음 학원에서 운동을 해보고 어느 정도 무리인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만, 알고도 도전했습니다. 웨이트트레이닝으로 단련해온 신체적 능력과 체대입시를 위한 신체적 능력은 별개였던 것입니다.     

그렇지만 그냥 했습니다. 실패했지만, 승리했습니다. 얻은 것이 너무 많습니다. 이 때 제가 배웠던 그 숭고한 가치들은 제 신념을 강화시키고 변화, 발전시켰습니다.

                                                                                          

“하늘을 날고 싶은 충동을 느낄 때, 결코 땅을 기라는데 동의할 수는 없다.”     

-헬렌 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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