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다보면 그렇게 된다.
17. 성격도 습관이다.
결국 저는 한의대에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신입생 시절 하면 가장 떠오르는 것이 많은 사람들을 만났던 것입니다. 신기했습니다. 오랜 기간 혼자 공부해왔고, 혼자 운동해왔던 저는 대화가 없는 생활에 익숙했습니다. 처음 본 많은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이 새로웠습니다. 여러 선배들을 만나고 술도 많이 마시고 그랬죠.
저랑 마음이 맞는 분들도 많이 봤고, 그렇지 않은 분들도 많이 봤습니다. 처음에는 다 좋았죠. 다 잘 해주시더라고요.
당시에는 몰랐던 부분인데, 당시만 해도 학교에 학술동아리가 여러 개 있었습니다. 그 중 한 가지만 선택해서 들어갈 수 있었고요. 해리포터를 떠올리시면 편하겠습니다. 누구는 그리핀도르, 누구는 슬리데린 뭐 이렇게요. 선배들 입장에서는 재밌고, 좋은 신입생을 본인이 속한 동아리에 데리고 오려고 특히 잘해줘야 하는 시기였죠.
새내기배움터(OT)에서 처음 만난 선배 동아리로 들어가기로 했습니다. 당일 그 자리에서 결정했어요. 저는 좀 단순한 면이 있습니다. 잘해주셨으니까 들어갔습니다. 생리학 학술 동아리였고, 이름은 살.모.사 였습니다.
들어가고 보니 다른 동아리에 비해 선후배간의 위계질서가 강한 편이었습니다. 강한만큼 또 더 자주 보게 되고, 결속력이 있는 편이었습니다. 또 외향적인 사람들이 모인 집단이라는 느낌도 있고요.
솔직히 말하자면 잘 맞지 않았죠. 여러 사람을 만나며 지내는 것보다 스스로에게 집중 하는 것에만 지내던 저였으니까요. 죄송하다 말씀드리고 그만둘까도 생각했습니다만, 나의 성향과 반대되는 집단에 속해있으면서 새롭게 배울 점이 더 많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끝까지 남아있기로 마음먹고, 다사다난한 동아리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확실히 배운 점이 많았습니다. 많은 사람 앞에서 이야기를 할 줄 몰랐고, 부끄러움이 너무 많았던 제가 바뀐, 어쩌면 바뀌어야만 했던 이유가 되었습니다. 물론, 동아리 자체가 저를 바꾼 것은 아닙니다. 제가 저를 바꾼 겁니다. 모든 일이 그렇습니다. 비유가 썩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담배로 들겠습니다(저는 금연했습니다). 담배를 피기 위해서는 담배를 물어야합니다. 불을 붙이고, 들이 마시고 내뱉어야 합니다.
마찬가지입니다. 사람이 바뀌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흡연을 위해서는 담배와 불같은 외부 동기가 있더라도, 제가 스스로 들이 마시고 뱉어야하는 것처럼, 동아리 활동이라는 외부 동기가 있더라도, 제가 직접 바뀌려고, 외향적으로 행동하려고 해야지 이루어집니다.
처음에는 엄청 어려웠고 실수도 너무 많이 했습니다. 한두 번 실수도 해보고, 아니 수 십 번은 했을 겁니다. 해보니 뭐 괜찮더라고요. 차차 바뀌더라고요.
정말 내향적이었던 제가 혼자 있기에 익숙하던 제가 결국 나중 학교생활에서는 춤 동아리 회장, 과대표, 부과대표, 총무도 했습니다. 살모사라는 학술동아리 회장도 했습니다. 제 성향에 맞는 동아리에 들어갔더라면 절대 일어났을 리가 없는 일들이었겠지요. 유튜브를 시작하게 된 것도 마찬가지일겁니다. 내향적인 성격을 변화시키지 못했더라면, 시작도 못했을 겁니다.
습관(習慣)이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뜻을 그대로 풀자면 익힐 습, 버릇 관입니다. 태어나자마자 생긴 습관은 없습니다. 익히고 다시 익히고,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이 습관입니다. 공부 습관, 운동 습관 만드는 법. 그런 것 없습니다. 한 번 하고, 두 번 하고, 세 번 하고, 계속 반복하면 어느 샌가 습관이 되어있습니다.
성격도 바꿀 수 있습니다. 성격의 일부분은 습관입니다. 타고난 성격을 완전 정반대로 휙 하고 뒤집을 수는 없겠지만, 많은 사람 앞에서 부끄러워 한 마디도 못하는 내향적인 사람이 많은 사람 앞에서 떳떳하게 열 마디, 백 마디를 할 수 있는 내향적인 사람으로 바뀔 수는 있는 겁니다.
‘나는 타고난 성격이 원래 그래. 어쩔 수 없어.’
아닙니다. 사르트르가 말했다 시피 실존은 본질에 앞섭니다. 우리들은 원래 그렇게, 그런 의도로, 그런 본질로, 그런 목표로, 그런 용도로 만들어진 것이 아닙니다. 나아가고 싶은 곳으로 선택해서 변화, 발전해가며 바뀔 수 있는 존재입니다. 아니. 바뀌어야만 하는 존재입니다.
“처음에는 우리가 습관을 만들지만 그 다음에는 습관이 우리를 만든다.”
-존 드라이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