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건도 재판소원으로 역전할 수 있을까

<뉴욕타임스 죽이기> 홍보를 겸합니다.

민주당에서 사법 개혁 3대 법안-법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을 모두 통과시켰다.


이 중에서 재판소원법은 법원의 재판도 헌법소원의 대상으로 삼는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말한다.


원래 헌법재판소법에 따르면 헌법재판소의 헌법소원은 공권력행사에 대하여는 가능하지만 법원의 재판에 대하여는 할 수 없었다. 법원의 재판에 대해서 헌법소원을 하면 헌법재판소가 각하했다.


그러나 재판소원법이 통과되면서 법원의 재판에 대해서도 헌법소원을 신청할 수 있게 되었다. 헌법재판소는 법원의 재판이 대상이라는 이유로는 헌법소원을 각하할 수는 없게 되었다. 재판소원 제도가 도입되면서 3심제가 4심제로 바뀐 것이라고도 한다.


헌법재판소는 여전히 다른 이유를 들어 재판소원을 각하할 수 있다. 재판소원을 하더라도 심판을 하지 않고 장기간 사건을 방치할 수도 있다. 아무리 법원의 재판에 대한 재판소원이 가능하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대법원에서 패소하고 헌법재판소에서 역전한다는 것은 여전히 가능성이 낮은 일이다.


헌법재판소는 아주 예외적인 사건들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사건에서는 대법원의 판결을 존중할 가능성이 높다. 헌법재판소는 다른 이유를 들어 재판소원을 각하하거나, 재판소원 신청에도 불구하고 장기간 사건을 심판하지 않거나, 아니면 재판소원을 신속하게 기각하는 방식으로, 대법원의 판결을 존중할 수 있다.


이미 재판소원 제도가 있는 독일의 연방헌법재판소에서도 재판소원이 들어오면 아주 극소수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각하되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그러므로 대법원에서 패소하고도 헌법재판소의 재판소원으로 역전을 하게 될 가능성은 아주 낮다.


사실 재판소원이 도입되기 이전에도, 항소심에서 패소하고 대법원에서 역전하는 것은 가능성이 낮은 일이었다. 심리불속행 제도라는 것이 있어서, 대법원은 상고가 들어오면 심리를 '속행'할지 심리를 '불속행'할지 결정할 수 있고, 대다수의 상고심 사건은 이미 심리불속행으로 종결되어 오고 있었다.


다른 나라의 제도도 비슷하다. 미국의 경우 연방 사건의 최종 심급인 연방대법원에서 "상고허가제"를 운용한다. 애당초 연방대법원에 "상고허가신청"을 해야 하고 이 신청이 받아들여져 "상고허가"가 나와야 한다. 정확하게는 연방대법원이 하급십 법원에 "사건기록송부명령"을 하는 것이고, 상고허가신청도 바로 이 '사건기록송부명령을 해달라는 신청'이다.


<뉴욕타임스 죽이기>에서도 뉴욕타임스는 연방대법원에 바로 이 상고허가신청을 했다. 연방대법원이 상고허가를 한 것은, 이 사건이 그 유명한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목사가 관련이 된 사건이었다는 점, 민권운동과 인종통합이라는 시대정신, 그리고 허버트 웩슬러가 연방대법관들이 문제의식을 가질 법한 수정헌법 제1조를 쟁점으로 제시했다는 여러 가지 이유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상고심이란 원래 법원의 심판을 받을 기회를 얻는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다.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3980420


재판소원이 도입되면 법원의 재판들 중 '어떤' 재판들은 헌법재판소가 '실질적으로' 심판을 할 것이다. 내 사건이 헌법재판소의 간택을 받게 하려면, 헌법재판소가 내 사건을 심판해야 하는 필요성을 헌법재판관들에게 설득해야 한다. 내 사건이 갖는 헌법적 의의를 강조해야 한다.


아무리 내가 억울한 일을 당했고, 법원과 대법원이 내 사건을 잘못 판결했다고 하더라도, 헌법재판소는 억울함을 시정하는 기관이 아니고, 판결의 오류를 시정하는 기관이 아니다(그 역할은 항소심 법원과 대법원이 이미 했다). 재판소원은 법원의 판결이 헌법을 심각하게 위배하여 기본권을 침해했는지만 심판할 것이다. 법원의 판결이 헌법 정신에 부합하도록 하는 재판이다. 그렇다면 단순히 내가 억울한 일을 당했고 내가 받은 판결에 오류가 있다는 것을 하소연하는 정도로는 부족하다. 그 판결이 어떤 헌법 정신에 어긋나고, 이 판결이 어떻게 수정되어야 헌법 정신이 구현되는지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뉴욕타임스는 그렇게 했다. 헌법 전문가 웩슬러를 영입했고, 웩슬러는 뉴욕타임스에게 고액의 손해배상을 선고한 앨라배마 주의 명예훼손법이, 옛날 파운딩 파더들(건국의 아버지들) 시절에 폐지되었던 '선동법' 만큼이나 수정헌법 제1조의 자유와 권리를 침범한다는 점을 설득력있게 제시했다. 미합중국의 역사를 호출했고, 미합중국의 건국정신, 헌법정신에 호소했다.

대의명분이 충분하지 않다면 재판소원으로 사건의 결론을 뒤집고 '역전'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재판소원을 강행한다면 대법원 판결의 확정을 저지하고 시간을 끌어 보는 정도의 효과가 있을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관할은 보통 문제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