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옷

by 유수한 책방


지금 아니면 피아노를 배울 시간이 없을 것 같아서, 피아노를 다시 다니기로 했다

선생님은 나의 사정을 아시고 애 둘을 봐주시면서 학원비를 한 사람 금액만 받겠다고 하셨다.


아들은 체르니 30번이고

딸은 어드벤처 교재 3권이라고 했다


피아노 까막눈인 내가 뭐.. 설명을 해도 모르겠지만

아들은 이제 조금만 더 배우면 , 그만 배워도 된다고.. 주변사람들이 얘기를 해줬다.

엄마집, 예전 나와 동생이 쓰던 방에 디지털 피아노를 들여놨는데

그쪽은 가게 주방과 가까워서 아이가 피아노를 연습하면

주방에서 들리곤 했다


요즘 러브레터를 연습하고, 이루마 곡을 연습하길래

건하야

이루마 곡 연습하나 보다~ 엄마 그거 되게 좋아하는데.. 건하가 피아노를 치니까 너무 신기하더라


엄마가 그걸 알아?

알지

어떻게 알아?

야.. 이 시키야.. 우리나라 사람들 중에 이루마 모르는 사람이 어딨냐?


아.. 엄마가 이루마도 아는구나



나는 엄마가 닭갈비만 해서.. 아예 모르는 줄 알았어.


아들은 내가 늘 고무장갑을 끼고, 설거지를 하고.. 식당에서 일만 하니까

도대체 피아노가 뭔지 영어가 뭔지 하나도 모르는 까막눈인 줄 알았나 보다.


영어학원을 다닌 지 두 달이 된 건하가 나에게 영어로 자기소개를 시키더니

고전 같은 let me introduce myself를 알고 있는 엄마를 보고 황당하여서

또 엄마가 그걸 어떻게 아냐고 물었다


야.. 조선에서 영어 배우기 시작하면 제일 처음 하는 게 abc 다음에 이거야..



건하야

엄마도.. 예전엔 이렇게 살진 않았어

전산과라서 프로그래밍도 잘하고.. 알고리즘도 이해 잘하고.....

음악도 좋아하고.. 연주회에도 자주 가고..

책도 많이 읽고.. 그림도 좋아하고..

엄마도 그랬었어

그랬던 적이 있었어...


아들은.. 그냥 심드렁 해 하다가..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면서

내 얘기는 흘려보냈다



아이들이 잠든 밤.. 옷장에 숨겨둔 날개옷을 꺼내서 입고

다시 날아가고 싶었다

아이가 둘이니, 충분히 날아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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