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하와 강아지

by 유수한 책방

어제저녁 지붕에 비가 내리는 소리를 한참을 들었다

창밖에 흔들리는 나무 그림자를 보니, 올 가을 낙엽은 이 비에 다 질 것 같다고 생각했다.



아침.

비 온다!

오늘은 김예하 잠자는 날이네.. 누워있는 예하를 깨우지 않았는데, 예하는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아침잠이 많은 예하는 비가 온다는 말에 자다가 일어나 플라인드를 걷고

창밖을 멍히 바라보고 있었다.

손에 쥔 개껌..

왜 벌써 일어났어?


비 오면 강아지 보러 못 가잖아.


그렇지.. 그래도 비 그치면 가야지..!!

예하, 비가 그냥 오는 게 아니야. 회몰아 치잖아. 봐봐.. 오늘은 집에서 놀고 책 보고 노는 날..


에이.. 나 강아지 간식 주고 싶은데... 엄마 그냥 가면 안 돼? 강아지 보러? 이렇게 비 오는 면 강아지들은 어떻게 해??

비 오는 날은 강아지들도 엄마 아빠 품에서 잠자는 날이지. 엄마 아빠가 폭~옥 안아주지..


주말과 어제 예하랑 인형극장부터 신매대교를 건너서 에니매이션 박물관까지 자전거를 타자고 했는데, 신매대교를 건너자마자, 마주친 진돗개 새끼들

하얀 실뭉치 같은 것들이 솜사탕 같은 궁둥이를 달고 예하를 종종종 따라오는데

예하는 오도 가도 못하고, 가방에 있는 새우깡, 소시지를 주느라 정신이 없었다


예하, 강아지는 강아지밥 먹는 거야~ 자꾸 주면 배 아픈데..

아니야~~ 강아지들은 좋아해~~~


강아지들은 예하가 잘라주는 소시지를 먹을 때만 예하 곁에 머물고

간식이 떨어지면 내 옆에 와서 배를 드러내고 누웠다



엄마 아빠 개는 묶어놓고 새끼 세 마리는 풀어놓으셨는데 천둥벌거숭이 이 강아지들은

자전거를 타고 오가는 사람들을 죄다 따라다녔다


강아지들이 저기 멀리까지 자전거를 따라 멀리 나서면,

묶여있는 어미 개가 바짝 매인 목줄을 당기며 낑낑대다가 컹컹 짖어 새끼들을 불러 모았다.


예하는 어미개 한번, 새끼개들 세 번 나눠서 간식을 주면서

한 시간쯤 놀다가, 집으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 마트에 들러서 강아지 소시지, 개껌 한 봉지씩 고르고선

엄마, 나 오늘 마이쭈 안 먹고 이거 살래.

왜?

강아지들이 너 어어어~~ 무 귀여워서~~~~~~

내일 또 갈 거야~ 내일 또 자전거 타고 강아지 보러 가자 엄마!



예하는 마트에서 산, 강아지 간식을 머리맡에 두고 잠을 자면서

저녁부터 내리는 비에 걱정이 되었었나 보다.

하나님.. 내일 비가 안 오게 해 주세요.

예하의 기도를 듣던, 두살 오빠가 무심하게 내일모레 비가 온다가 말을 건넸다


'하나님 그러면 비 조금 오게 해 주세요'

야! 바보야!! 내일모레 비 엄청 많이 온데. 바람도 분데!!

일기예보를 본 오빠의 핀잔에 예하는 기도하다 말고 한숨을 푹 쉬더니

오빠 더 바보야!!!! 소리치고 돌아누워 잠이 들었다.


비가 세차게 오는 아침, 예하는 강아지 때문에 근심이 많았다


엄마. 비 이렇게 많이 오면 강아지 어떻게 해?


할머니도 계시고 엄마 아빠도 있으니까 걱정 안 해도 돼..


비가 와도 엄마 아빠가 있으니까 걱정 안 해도 돼?


어.. 비 오면 다 엄마 아빠 옆에서 잠자.. 강아지들도..


아, 엄마 아빠 있으니까 강아지들은 다 괜찮구나~


예하는 어제산 강아지 간식들을 자기 가방에 챙겨 넣고 이 비가 그치면 바로 강아지를 보러 가자고 했다.


이틀뒤 비가 그치고 거리는 온통 노란 융단을 깔아놓은 것 같고 하늘은 이틀 동안 내린 비에 눈이 부실정도로 맑았다.


강아지!! 강아지!!

자전거를 타고 먼저 냅다 달리는 예하를 따라 나도 서둘렀다.


비가 그친 할머니집 마당에 강아지들이 벌써 나와있었다.

엄마! 흰둥이가 검둥이가 됐어요!

비 오는 동안 할머니집 부뚜막을 오가며 시커멓게 변한 흰둥이들

그런데 엄마 아빠 개들이 없다. 개들 밥그릇이 집 위에 있는 걸 보니

팔렸나 싶었다.


예하는, 새끼 강아지들한테 정신이 팔려 어미개들이 없는 걸 알지도 못했다


밖에 나갔다가 새끼 간식을 주고 있는 우리에게 할머니가 오셨다

아니~ 엄니~ 어미개가 없어요. 이틀 만에 왔는데 파신 거예요?

아.. 우리 형님이 간이 아프시고 그래서 잡수라고 드렸죠

할머니.. 이거.. 진돗개 아녜요..

아니 진돗개든 뭐든.. 많이 편찮으셔서 잡숴야 하니까. 드렸쥬. 새끼들이 있으니까

새끼개도 한 마리가 없는데..

다 키우기 힘들어서 한 마리 저기 아줌마 데려가서 키우라고 줬어요

얘들이 얼굴이 이뻐놔서, 기르면 보긴 좋아요

아줌마는 어디서 왔어요? 집에도 이거 한 마리 데려가지


한 마리 데려가라는 말에 예하가 눈이 반짝했다.

아녜요~ 저희도 강아지 두 마리가 있어서, 못 키워요 엄니


엄마! 우리 집에 강아지 없잖아!!!!!! 엄마 귀찮아서 그렇지?!

예하 그럼 네가 똥 치워주고. 밥 주고 그래야 돼~

에이~~ 엄마 미워 맨날 똥치우래..


그런데 할머니 엄마 아빠 강아지 어디 갔어요? 이제야 빈집이 보이는 예하가 물었다.

아~ 저기~ 저기 할머니가 잡순다고 데려갔어

예? 눈이 동그래진 예하를 잡고 나는 저기 할머니네 집에서 키워주시기로 했다고 했는데 눈물이 그렁그렁해서 울었다


엄마. 할머니가 잡쉈데? 엄마아빠 강아지를?

그럼 저 흰둥이는 어떻게 해...

예하가 울기시작하자 할머니가 주머니에서 천 원짜리를 하나 꺼내주시면서

과자 사 먹으라고 달래줘도 울기만 하니 이젠, 강아지 안 줄 테니 울지 말라고 하셨다



예하를 달래고 달래서 돌아오는 길

뒷자리 앉은 예하는 엄마 아빠가 없는 강아지들은 비가 오면 어느 품에서 잠을 자냐고 물었다.

집에 돌아와 예하는 등은 검고, 배는 하얀 새끼 강아지 두 마리와

큰 개 두 마리를 더 그렇넣고 건하에게 글씨를 가르쳐달라고 했다.


엄마 아빠가 있으면 비가 올 때 엄마 아빠 품에서 잠을 자면 된다. 흰둥이는 비 오면 엄마아빠 품에서 잔다. 이렇게 오빠 써줘!!

말이 길어지자 건한 글을 다 모르는 예하 그림 아래에 대충

비 오는 날 엄마아빠 품에서 자는 강아지라고 써주고

나는 그 아래 , 2018. 가을 예하와 강아지라고 썼다.



비 오는 날, 비 오고 바람 부는 날

돌아가서 안길수 있는 따뜻한 품을 생각했다.

비가 오면 나를 따뜻하게 품어줄 그 품을 생각하고, 강아지들을 생각했다.

돌아갈 곳을 찾는 나와 강아지가 측은 했다.

나는 잠이든 예하를 안고 차가워진 나의 품에 ,

따뜻한 예하를 품고 나를 다독였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유수한 서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