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한 책방의 첫 손님
유수한 서점
첫 판매
눈이 그렇게 질퍽하게 내렸다.
이런 날은 거리에 사람도 없지만
배달 대행사도 꼼짝하지 못해, 가게는 영 썰렁했다
주문 없이 하루 종일 대기하느니, 하루 종일 청소를 택하고 다 끄집어낸 냉장고..
언젠간 해야 하는 일이고, 적어도 이주에 한 번은 냉장고를 다 들어내서 청소를 하는 일이라고 해도
그렇게 하기가 귀찮고 힘들기만 했다.
그래, 이렇게 손님 없을 때 청소를 해야겠다 마음은 먹었지만
날씨 따라 마음도 그렇게 무거워져서 끄집어낸 용기들을 뜨거운 물에 담가 설거지를 할 때는
철퍼덕 바닥에 주저앉고 싶었다
가게는, 간편식 밀키트를 만드는 가게와, 맞은편 서점을 운영하게 되었는데
동네에 그렇게 말이 많이 돌았다
농사를 지으며 가게를 오가는 것도 힘든데, 무슨 맞은편 가게를 또 얻어서 하는 거냐고
지나가는 사람들 마다 묻고 물었다
그렇게 묻다가, 커다란 트리가 꽉 찬 가게가 도대체 무슨 짓(?)을 하는 가게인지 뭘 파는 가게인지 설명도 없고 큰 트리만 가져다 놓았다고 말들이 많았다고 했다
독립서점이에요
독립 서점이.. 그게 뭐냐??
혼자.. 뭐 하는 그런 거야??
예.. 뭐 그런 비슷한 거.. 맞아요.. 책이 막 많은 게 아니고.. 취향 것 조금만.. 놓고
요즘 책 안 읽는데.. 돈을 벌겠어??
그렇죠... 돈을 벌 팔자면 서점은 안 차렸겠죠..
주변 노포, 상인들과 오가는 나이 드신 분들은 예전 기름집이 훨씬 좋았다고 안타까운 말씀뿐이셨다
아니, 그냥 기름을 팔지.. 왜 이런 걸 팔아?
그리곤, 그래도 책을 판다는 내 대답이 싱거웠는지 답답했는지, 다음날도 여기는 무슨 책을 독립적으로 파냐고 다시 묻곤 하셨다
독립적으로 책을 파는.. 독립서점..
벽에 붙은 선반에는 내가 읽었던 책들을 진열해 놓고 서평과 한 줄을 적어놓고
앞쪽 책상 위엔 구입 후 읽을 수 있는 신간에 서평과 한 줄을 적어놓았다
그래.. 여기서 책을 팔긴 어렵겠다는 마음에
여름 되면 팥빙수라도 팔아, 월세만 나왔으면 좋겠다는.. 진짜 가난한 서점 사장님 발상만 했다
그렇게 쌓인 설거지 물기를 걷어내고 있는데
맞은편 서점에 손님이 밀키트 가게로 주인을 찾아오셨다
아니, 저기.. 들어가도 되는 거예요?
네...
어머.. 너무 예뻐서요.. 가게에 대한 소감을 내리 말씀하시던 손님이 추천 신간을 보시며, 책 추천을 해달라고 하셨다
사장님 책 한 권 추천해 주세요!
최근에 읽었던 스토너를 들곤, 손님께 건네어드렸다
손님은 가방에 있던 백 원짜리 천 원짜리를 모두 꺼내 값을 치르고 할인해 주겠다는 말에 손사래를 치며 잠깐 앉아서 책을 읽다 가도 되겠냐 물으셨다
냉기가 도는 독립적인 책을 파는 독립서점에 첫 손님
나는 라디에이터를 옮겨다 켜드리고, 생강차 한잔을 드렸다
손님은, 공간이 좋다며 근처 서점에 관한 얘기와 공간 대여에 관한 조언을 해주시곤 그렇게 눈이 오는 길을 천천히 내려가셨다
나는 오늘 젖은 눈이 내려, 빙판이 된 이 육림고개..
처음으로 반갑고.. 즐겁다는 마음이 들었다
고작 책 한 권 팔았던 건데
책을 한 권 팔고.. 오가는 몇 마디 말뿐이었는데
눈이 내려 어둡던 겨울하늘이 순간 밝아지는 것 같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천천히 달리며
내일도 손님이 찾아오는 독립적인 서점이 되었으면 좋겠다 말을 하고
내년 봄에는 몇 명의 손님들과 열린 창문으로 들어오는 봄바람을 맞으며
한 공간에서 책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