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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설퍼도 꾸준히 May 12. 2020

꿈은 해로워.

남편과 드림하우스를 구경하다가.

남편과 나는 동네 산책을 좋아한다.

특히 좋아하는 곳은

현재 내가 살고 있는 빌라촌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나오는 뉴타운,

그중에서도

뉴타운을 가로질러 흐르는

개천 길을 따라 하는 밤산책을 가장 좋아한다.


개울물이 졸졸졸 소리내고

개천 따라 꽃나무가 우거지는,

봄에는 라일락향기가,

여름에는 아카시아 향기가

은근히 불어오는 밤산책.

밤하늘의 별처럼 빛나는 창문들 중

우리 집은 어디가 좋을지

이리저리 고르는 순간은

밤산책의 하이라이트다.


이미 몇몇은 우리 맘 속의 드림하우스로 찜콩.

개울이 잘 보이는 두 집과

멋진 산을 배경으로 하는 한 집이

돌아가며 우리 집이 된다.


하지만 드림하우스를 보는 것이

매번 즐겁기만 한 것은 아니다.


어느 날은 산책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꼭 저 집으로 이사 가자며 희망에 부풀지만

어느 날은 요원한 꿈에 허무함을 주체하지 못하기도 한다.


어느 날 남편이 말했다.

꿈은 해로워.

꿈은 나를 앞으로 나아가게 만들기도 하지만

반대로 나를 주저앉히기도 한다.

미래의 모습, 상상 속의 모습과 비교되는

현재의 내 모습에 커다란 괴리감을 느끼고

지금의 나를 못마땅하게 생각하게 만드는

그런 꿈은 해롭다.


드림하우스에서  남편과 즐거운 한때를 보내는 꿈은

나를 더 열심히 일하게 하지만

그로 인해 설렘의 상징, 첫 신혼집을 구질구질하게 만드는 꿈은 해롭다.


브런치를 시작하고

글을 쓰는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는 꿈은

나에게 큰 즐거움이요, 발전(혹은 자기만족)하게 하지만

브런치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되어

어느새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유명한 강연자가 되어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지는 꿈은

쓰기의 즐거움 빠지기보다는

라이킷과 구독자의 노예가 되게 만든다.


현재의 즐거움을 놓치지 않는

균형을 놓치지 않는

꿈을 꾸는 사람이 되려면

지금의 내 모습,

지금 나와 함께하는 것들을

사랑의 눈길로 볼 줄 알아야 한다.


이미지 출처

세계테마기행_그린란드_자연_밤하늘, 한국교육방송공사 (저작물 40455 건), 공유마당, CC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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