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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설퍼도 꾸준히 May 13. 2020

감자마을 감자순이1

감자순이의 도전

옛날 옛날에 감자마을이 있었다.


감자마을 땅은 척박했고,

감자 이외의 작물은 거의 자라지 못했다.

간혹 전설처럼

쌀이나 사과를 키우는데 성공했다더라는

소문은 돌았다.

하지만 누구도 그 실체를 본 사람은 없었다.


감자순이는 감자가 지겨웠다.

"감자만 먹고사는 인생은 너무 뻔해.

나는 감자 마을에서 새로운 전설이 될 거야."


슬슬 바람이 서늘해지는 11월,

감자순이가 자신의 몫으로 되어있는 한 뙈기의 밭에

양파를 심었다.

감자순이가 무모한 도전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작년 감자 농사가 풍년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감자와 양파를 볶아먹으면

그렇게 맛있다는 풍문을 들었던 탓이다.


지나가는 마을 사람들은 감자순이에게 한 마디씩 했다.

"그런 거 키워서 뭐하려고 그래."

"우리 마을은 감자마을이야. 감자가 아니면 실패하게 되어있다고."

"감자라는 정답이 있는데, 왜 다른 길을 가려고 하니?"


도와주기는커녕 기를 꺾어버리는 마을 사람들의 말에 상처를 받으면서도

감자순이는 양파밭을 정성스레 일궜다.

자신에게 한 마디씩 하는 마을 사람들에게

꼭 양파와 감자를 함께 볶아 황홀한 한 끼 식사를 대접하고 싶었다.


양파를 처음 키워본 탓에

양파에게 물을 얼마나 줘야 하는지,

비료는 어떤 게 좋은지

감자순이는 알지 못했다.

이장님께 양파에 대해 물어도

감자를 키우라는 말 뿐이었다.


이듬해 봄 감자순이는 비실한 양파 몇 알을 손에 쥐었다.

시장에 내다 팔 수 있는 물건이 아니었다.

마을 사람들에게 식사를 대접하기에도 변변찮은 수확이었다.


하지만 결실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었다.

다음에 다시 양파를 심으면

양파를 어찌 키울지,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양파를 키워낼지

감자순이는 알 것 같았다.


하지만 감자순이에게는

양파에 한 번 더 도전할 자신이 없었다.

지난 감자 수확에서 든든히 모아둔 감자는

양파를 키우면서 근근히 먹어치웠고,

그나마 남아있는 감자들도 싹이 나고 무르기 시작했다.


"나 다시 양파를 키울 수 있을까?"



이미지 출처

EBS_식품_0981, 한국교육방송공사 (저작물 40455 건), 공유마당, CC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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