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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설퍼도 꾸준히 May 14. 2020

인터넷도 제로웨이스트

인터넷도 휴지통을 비워야 해요

제로웨이스트(쓰레기 없는 삶)를 위해서

우리가 줄여야 하는 쓰레기는

현실에만 있는 게 아니다.


가상현실,

그러니까 온라인 세상 속 쓰레기도

비워야 한다.


지금 메일함이 잘 정리되어 있는지 점검해보시라.


업무상으로 메일이 전혀 필요 없는 일을 해서인지

어쩌다 읽는 자기 계발서에

메일 정리 따위의 얘기가 나오면

그 부분은 전혀 공감 사지 못했다.

그저 다른 사람들은 업무 상 이메일을 많이 쓰나 보다 짐작할 뿐.


당연하게도 내 메일함은

접속하는 것 자체가 연례행사일 정도로 드물고

자연스럽게 몇 백개쯤 되는 정크메일이 쌓여있다.


아주아주 가끔 필요한 메일이 있으면

그것만 달랑 확인하고다시 메일함을 나온다.


메일함을 들어가는 것은

언제 필요할지 모를 물건들을

마구잡이로 쌓아놓은,

케케묵은 먼지가 잔뜩 쌓인

창고를 뒤지는 기분이다.

그리고 내게는 그런 창고 같은 메일이 3사(다*, 네*버, 구*) 모두에 있다.



렇지만 메일함을 깨끗하게 비우는 것만으로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할 수 있다.

메일함에 담긴 정보를 유지하는 데에

생각보다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 때문이다.

즉 메일 속 쓰레기를 비움으로써

엄청나게 많은 땔감-그게 석유가 됐던 석탄이 됐던 혹은 한때 친환경이라고 둔갑했던 원자력(허 참...)이 됐던-을 아낄 수 있다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메일함 비우기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다. 

막대한 양의 메일을 하나하나 확인하고 지우기란

정말로 성가시고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그런데 브런치가 계기가 됐다. 

브런치 덕에 미뤄두었던 메일함 비우기를 시작했다.

프로 김칫국 드링커,  설레발 대표주자인 나는

이대로 메일을 방치한다면

언제 올지 모르는 '출간 제안'을

놓칠지도 모른다는 뜬금없는 다급함이 생겨버렸다.


설레발이 나를 설레게 해서인지는 몰라도

메일함 비우기는 전혀 힘들지 않았다.


부담감의 제일 큰 원인이었던

혹시 내가 중요한 소식이 담긴 메일을

확인도 못하고 지우는 게 아닐까 하는 걱정은

조금만 생각해보면 참 쓸모없는 것이었다.

메일함을 비우나 안 비우나

나는 어차피 확인을 하지 않을 것이므로.

그리고 그렇게 중요한 일이

어떻게 해서든 내게 연락을 해올 것이다.


이렇게 결론이 나니

내가 할 일은 '안 읽은 메일 한 번에 지우기'라는

고마운 버튼 누르기가 끝이다.


만약 핸드폰 화면으로 도저히 그 버튼을 찾지 못하겠다

컴퓨터를 잠시 켜보자.

컴퓨터를 쓸 일이 없다면

핸드폰 화면 제일 아래에 있는

PC버전을 누르면

한 번에 지우기를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래도 못 찾겠다면

인터넷에 '메일 한 번에 지우기'라고 검색하는 것을 추천한다.


일단 메일함이 깨끗해지고 나면

가끔 메일함을 비우는 것을 잊지 않으면 된다.

이제는 메일한눈에 훑을 수 있을 정도로

조금 와 있을 것이다.

그중 정말 불필요한 메일들

수신거부 또는 회원 탈퇴한다면

다음번 메일 확인 더욱 쉬울 것이다.


메일함을 정리한 한 김에 

이번에는 쪽지함과 가입한 카페들을 정리했다.

다행히 쪽지는 한 달이 지나면 자동 삭제되어 시스템이라

금세 정리할 수 있었다.


카페의 경우는 조금 손이 갔다.

대부분 내가 가입한 카페들은

잠깐의 호기심에 가입하고

다시는 들어가지 않은 것들이었다.

이런 카페들은 메일과 쪽지를 자주 보내니

정리할 필요가 있다.


차례로 카페에 접속해서

휴면 해지를 위해 영어를 몇 글자 치고 탈퇴 버튼을 눌렀다.

무슨 관심사가 48색 색연필만큼이나 다양한지,

그리고 그 지속기간이 그리도 짧은지

나 자신에게 놀라는 시간이었다.


덤으로 카페를 정리하면서

잠시 잊고 있던 추억을 소환할 수도 있었다.

취업을 위해 가입했던 카페,

스터디를 위해 만들었던 카페,

그리고 그 옛날 덕질을 위해 만들었던 카페도 발견했다.


예전의 나는 지금처럼 설레발 대마왕이어서

뭔가 관심이 생기면 카페 개설하기를 좋아했다.

카페를 만들고

거기에 내가 그 당시 꽂힌 관심사에 대한 모든 것을

총망라할 거라는 설레발이 담뿍 담겨있는 계산이었다.


물론 가입자는 나 하나 거나,

나의 언니와 동생이 강제로 가입돼있는 정도다.

그리고 대개는 단 하나의 게시물도 없다.

시작할 때만 의욕 넘치는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이런 카페들은 이 기회에 폐쇄했거나 혹은

폐쇄 신청 중이다.


오늘은  다른 설레발의 흔적,

네*버밴드를 정리해보려 한다.

그리고 남아있는 김칫국을 홀짝거리며

메일함을 확인해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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