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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율 Oct 24. 2022

친구라 생각하며 긍정적으로 사세요

악덕업자 같은 암이란 친구


언제부터인가 자려고 누우면 잠이 오지 않아 정말 멘털이 나가는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이건 시어머니와의 갈등으로 인해 시작된 것이기도 하지만,

하루 이틀 정도는 정말 자려고 애쓰면서 저절로 스르륵 잠이 들길 기대했지만 아니었다.

삼일째가 지나고 도저히 잠이 오지 않아서  나는 정신과에 갔다. 불면증 치료라는 내용만 보고 갔는데 종이를 내밀면서 해당사항에 체크하라고 했다.

그 종이는 우울증 검사였다. 난 딱히 우울하진 않았는데 우울하단다.

"네?"

의사에게 반문했다.

"제가요?"


그리고 억지로 잠이 들게 하는 수면제와 항우울제를 처방받았다.

시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는 차차 쓰겠다,

왜냐면 세월이 좀 지나다 보니 매우 타격이 컸던 일들만 기억이 나고 나머지는 내 일기장에 적혀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억지로 잠이 들다 보니 대체로 약에 취해 무력해지면서 몽롱하고 온 이 무거워지는 느낌이 든다 싶으면 바로 자리에 누워야 한다.

안 그럼 또 밤을 새워야 하기에.


대체로 이렇게 잠이 들면 꿈을 꾸지 않는다.

내 꿈은 이상하게 안 좋은 일들은 딱딱 들어맞아서 어젯밤에 손톱이 깨지는 꿈을 꾸고 심란 한마음에 절에 다녀왔다.

나는 사실 불교신자는 아니다. 그렇다고 기독교도 아니고, 종교에 내 마음을 의지하고 싶지 않고, 기본적으로 신을 믿지 않는다.

다만, 그냥 그곳에 가면 마음이 편해지는 걸 느끼기 때문이다.

내가 가진 무거운 것들을 모두 거기에 내려놓고 오는 심정이랄까..?


티브이에서 유명한 의사들이 나와서 암을 평생 친구라고 생각하면서 잘 다독이며 함께 살아간다 생각하고, 마음을 편하게 먹으라고 한다.


그런 말을 듣고 있으면 이게 무슨 개 풀 뜯는 소리인가.. 싶다.


암이라는 착한 친구라면 글쎄.. 평생 함께 데리고 갈 마음도 있다.

하지만, 정작 암 선고를 받은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마른하늘에 날벼락이고, 난 아닐 줄 알았다.. 는 반응이다.


암이라는 착한 친구가 있나?

암이라는 말만 들어도 스트레스가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차오른다. 그리고 힘든 항암치료에 스스로 무너지기도 한다.

물론, 잘 견뎌내는 사람들도 있겠지..

하지만, 스트레스에 취약해서 암에 걸린 나는., 암이란 놈과 도저히 긍정적으로 동행하고 싶지가 않다.


그렇다고 내게서 완전히 떠났을까?

그건 의사도 나도 알 수 없는 일이다.


매번 정기적으로 혈액검사를 하고 초음파를 보고 하면서 내 몸에 아직은 이상이 없다는 걸 확인하는 것뿐이다.


긍정적인 마인드?

좋다, 이건 굳이 암환자가 아니더라도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많이 달라진다.

나처럼 염세적인 인간에겐 해당사항이 많진 않지만,

나도 요즘은 긍정적인 인간이 되어보려 하는 지점이 있다.


암은 좋은 친구가 아니다.

아무리 착한 암이라도 떠들어봐도 세상에 착한 악덕업자는 없기 때문이다.


악덕업자 같은 암이란 친구는 되도록이면 만나지 않는 게 좋다. 그림자만 비쳐도 도망가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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