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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율 Oct 19. 2022

암환자라는 타이틀 깨기

방어전은 이제 그만


이봐라.. 요즘은 하늘이 참 살고 싶게 파랗다.

그저 죽이는 시간들이 아까워지는 요즘이다

그래서 며칠 전부터 아르바이트 자리를 알아보고 있었다

그리고 어제 알바 앱에서 지원한 곳에서 면접을 보러 올 수 있냐? 고 연락이 왔다.

나는 냉큼 "네!!" 하고 대답을 하고선 약속 시간을 잡았다.


사실 암 진단 후 나는 피곤하다는 말을 거의 주문처럼 달고 살게 되었다. 이게 수술 후유증인지는 알 수는 없지만, 왜냐면 외래진료 때마다 내 담당 주치의에게 물어보지만 "상관없는데.."라는 답변만 들었기 때문이다.

 갑상선이란 게 우리 몸의 보일러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한다. 체온조절을 비롯해서 근육의 움직임에도 관련되어 있다. 그래서 종종 저칼슘증으로 숨도 못 쉴 정도로 근육들이 오그라들어 한밤중에 응급실을 찾았다는 케이스를 종종 듣곤 한다.

그런 일을 전해 들으면 나 또한 예외는 아닐 테니.. 하면서 처방된 칼슘을 씹어먹곤 한다.


오늘이 면접날이었다.

가기 전까지.. 갈까? 말까? 매우 망설였다.

백화점 매장직인데, 전에도 근무했던 곳이긴 했다.

그때는 판매와 마감업무만 했었는데, 이번에는 본사에서 물건이 내려오면 그걸 다 정리해야 하고, 반품 물건 포장해서 보내고, 온라인에 판매할 물건 사진 찍어서 올리고, 덤으로 매장을 지키는 것..이었다.

시간도 정해져 있는 게 아니고 매장 사장이 휴무하게 되면 나는 그날 온종일 매장에 있어야 하고, 한마디로 5분 대기조라고 해야 하나..?

이럴 거면 그냥 정직원을 고용해서 정당하게 부려먹으면 좋으련만 매장 사장은 평일엔 손님도 거의 없고 정직원을 써가며 돈 들일 이유가 없다는 식으로 나를 설득해보려 하지만 나는 이런 상황과 이런 일들이 썩 유쾌하 지가 않았다.


시간이 유동적이니 참으로 고민이 되었다.

내가 버틸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 하지만, 그냥 집에서 시간을 죽이는 것보단 나을 것이란 생각도 들었다.

복잡한 내 심경을 보기라도 한 듯 매장 사장님은

"그럼.. 집에 가서 한번 생각해보시고 다시 연락 주실래요?"

그런다.

그래서 그렇게 하겠노라 답했다.


집으로 가는 버스

예전 같으면 하루 종일이든, 반나절이든 내 몸을 믿고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어요!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암환자라는 타이틀을 메고 있으니 내 몸은 이 일을 잘 버틸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먼저 하게 된다.

하지만, 닥치면 닥치는 대로  수 있을 것 같긴 하다.



수술하고도 많은 분들이 다시 직장으로 복귀하고 자신의 일을 꾸준히 해나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요즘의 나의 숙제는 사실. 암환자라는 타이틀 깨기이다.

그 타이틀에 메여 있으니, 뭘 시작도 전에 겁부터 난다.

이젠 이 방어전에서 내려와야겠다.


이 타이틀을 뺏기는 것이야말로 나에겐 진정한 승리이기 때문에.


승리의 그날은 언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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