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려놓음의 의미

죄송무새가 되기로 하다

by 유진율

곧 죽어도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하기가 싫다.

특히 내가 잘못한 일이 아님에도 대외적으로 죄송하다는 말을 꺼내야 상황이 종료되는

순간들에 말이다.

요즘은 '진상' 대신 '손놈'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하는데 둘 다 손님입장에서 그리 달가운

표현은 아닐것이다. 이런 표현의 대상이 되지 않는 것이 중요한 것이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매장에 물건을 사러오는것인지 자신의 기분을 다른사람에게 풀려고 오는 것인지 알수가 없는

순간들이 비일비재하다.

손님들의 속사정까지 훤히 꿰뚫어보고 있다면 나는 매장이 아니라 다른곳에 있어야 한다.

하지만 슬프게도 대부분의 사람들중에 열에 한명정도 예의를 갖추는 사람이 있을까 말까하니

오히려 아닌 사람을 찾는게 이상한 일 일지도 모른다.


어느 커뮤니티에서 이런글을 본 적이 있다.


나는 서비스직이 정말 재미있다. 진상들오면 죄송합니다를 연발하면서

그들의 컴플레인을 조금씩 설득하고 나중에는 내말에 수긍하며 돌아설때 쾌감을 느낀다!


이 글을 보고 느낀게 있다.

진짜 잘못하지 않았어도 그들이 조금이라도 기분이 상했거나, 아니면 컴플레인을 걸고 싶거나 할것 같으면

나도 그냥 죄송무새가 되는편이 나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물론, 한번도 진상떠는 손님들을 설득시켜본적은 없다.

다만, 요즘은 거의 기분이 조금이라도 상한것 같다라는 눈치가 보이면 그냥 "죄송합니다.고객님"을

외친다.

매장에 들어서면서 부터 "자~! 이제부턴 죄송무새가 되는거야.화내지말자,큰소리도 내지말고 조근조근 설득하자"

늘 이렇게 마인드셋을 한다.

사실..너무 피곤한일인데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오늘 하루를 무사히 보내기가 어려울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어쩔수가 없다.

마음에서 모든걸 내려놓기는 쉽지 않지만, 내려놓아야 내가 사는 것이다.

장사란 것이 원래 더럽다.서비스직이라는 것이 원래 더럽다.

더럽고 더러운일들..그냥 내려놓아야 똥이라도 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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