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영 시인
<사과를 물고>
별빛을 노래하는 네가 독을 품고
사람들을 향해 아름다운 노래를 부른다
순연한 얼굴 뒤에 맹독을 숨기고 노래를 부른다
잘생긴 신체의 기관에 큰 돌을 얹어놓고
독성을 되게 눌러 놓고
누구도 모르는 맹독
활짝 웃는 네가 처연히 독을 깔고 앉아
무구한 사람에게 별을 쏟으면
순전한 사람은 쉬여지고
끝끝내 바람에 쓰러지고
그러니 네가 노래한 것은 별이 아니다
네가 노래한 것은 사랑이 아니다
네가 쓴 시는 맹독이 든 요설
한 입 베어 물면 구멍 난 머리가 흘리는 흰 피
파리한 목숨을 옥죄는 맹독, 요망한 독설
물어라 아가리, 파란 선 문어 대가리
사과를 물었다고 해서 용서할 수는 없다
사과를 무는 것은 최소의 요건, 그때부터 지난한
용서의 골고다가 시작될 수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