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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휘루 김신영 Jul 22. 2023

자국꽃*

김신영 시인

<자국꽃>       


낙엽 비 쓸리는 넓은 공원 볕 바른 광장

좁은 골목길의 다정에서 맨주먹인 줄 모르고

떨어져 뒹구는 붉은 마음을 천천히 줍는다     


짓밟힌 가십거리 말 잔치가 우발하는 골목

용서를 외치던 앞장선 순진한 위로까지 떠도는

배가 너무 아파 아무도 그냥 두지 못하는 새빨간 도끼날    

 

무서운 마음이 어둠 속을 헤집는다

스크럼을 짜던 바람 힘껏 끌어안아 버티면서

뜨거운 얼굴을 안고 모진 외면을 견디면서  

   

불어 터진 자국 꽃 마음 결기를 감추고

시간을 품어 서걱이는 눈을 부비고

은하가 하늘에 갇힌 채 지옥에 가는데     


천년을 내려놓고, 온정이라 부르고

지옥을 불러들인 밤에 홀로 자국 꽃을 쓸면서

여우비 맞으며 좀좀 가벼운 말 찾아 나선다          



*고전작품을 읽다보면 자최눈이라는 단어가 자주 나온다. 발자국이 찍힐 만큼 조금 온 눈으로 발자국이 남는 눈을 의미한다. 황진이도 이러한 표현을 적고 있다. 이에 자국꽃으로 조어를 하여 자국이 날만큼 조금 쌓인 의 의미로 썼다.


또한 이는 여성의 상징인 생리혈을 의미하기도 한다. 생리현상을 매월 겪어야 하는 여성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배가 너무 아파 뒹굴다가 무시당해 짓밟히다가 그런 새빨간 도끼날, 아픈 얼굴, 그 천년의 고통을 내려 놓고 좀좀 가벼운 말을 찾아 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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