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영 시인
<아직 이월>
어리석은 나를 당겨 책을 안으면
허무한 얼굴에 몰아치는 폭풍을
한 자락 책이 냇가로 데려간다
새로운 문장이 허파에 들어오고
빗방울 하나하나 바람 품고 일어나면
영겁의 시간이 흐르고
착한 영혼을 데려간 문장에
마음 스미는 페이지 접어 비표 하는데
가늠하기 힘든 정하고 돌올한 정신
바람처럼 연못에 융융한 옷깃으로 내려온다
포악한 슬픔을 견디기 위하여
차 올라온 겨울을 저만치 밀어 둔다
하늘에서 천지의 깃을 치는 그대여
미혹의 강을 건너는 오늘
이월의 나락은 부표(否票)를 꽂고
먼바다에서 총총 그물을 기우리
다른 밤을 건너는 너도
맑은 책이 그물을 깁는다
-시현실 2018년 여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