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영 시인
침대에 앉아서 노트북을 펼치면
오늘이라는 하루가 달려와 문장으로 조르는
온통 내게로 쏟아지는 오늘이라는 집
집에서 천천히 생각해 본다
무엇을 위해서 하늘을 부드럽게 걸었던가?
누구를 위해 가만히 속삭이며 노래했던가?
어떤 오곡밥을 먹었던가?
어느 골목을 지나 그의 집에 이르렀던가?
생각해 보면 모두 집에서 나온 것
인생이란
집에서 나와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것
집으로 돌아가는 골목길에 접어들면
벌써부터 마음이 푸근해진다
모든 것을 품고도 넉넉한 세 칸
나와 당신을 가득 품고도 넓은
오늘이라는 집에서 만유 꽃차를 마신다
밖으로 나가는 봄빛이 집이다
문예연구 2018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