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영 시인
<어리여치>
잘생긴 이리가 위로해 준다 손을 내밀어요
풍랑이 일어요 깃발이 펄럭여요
주책없이 마음이 뛰어요
어리여치를 내동댕이치고 말았어요
내 잘못이에요 너무나 놀라 이리처럼
영혼을 팔아버린 유령인 줄 알았거든요
심연을 넣고 다니던 가방을 불태웠어요
허물어진 성터 때문이에요 다시 쌓지 못해요
허망한 빈손으로 깨어나지요
어깨를 파고드는 배낭을 메고
시든 마음, 압박이 지나친 먹물을 이고
선사시대를 만난 듯, 세상 끝을 걷고 있어요
어깨에 풍랑을 메고 있어요
어리여치 어깨가 무너져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