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영 시인
<지독한 기술>
가시 돋친 줄기 사이 햇살이 찾아들고
어둠에 속한 내가 걸어 나온다
겁 없이 환해지는 문장, 입술에 차오는 영롱한 이슬
거침없이 땅에 굴러다니고
삶에서 만난 지독한 기술은 하나같이
칼날을 번득거리며 날아다닌다
하여, 두렵지 않은 날을 세어 볼까
가끔 칼날에 베여 핏빛을 바르고
어둠에 갇혀 밥을 먹었다
벌레처럼 몸을 구부리고 앉아
성호 그으며 촛불 켜던
머나먼 진리의 밤
내가 만난 것은 하나같이 술별에 살고
술기운으로 아침을 맞는 불복 종족
반쯤 발그레해진 얼굴로
땅에 떨어진 말을 주워 담느라
하루해가 지나가는
오늘은 어둠의 끝에서 취한 기술을
쓰레기통에 처박아 버리고
4번 출구에서 보고 싶은 햇살을 만난다
저기 교회당 십자가 아래
한 사람이 눈에 들어온다
시인동네 2017년 9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