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

김신영 시인

by 휘루 김신영

<호박>

어디서 제비가 사과를 물고 노래 부른다

제비 다리를 손끝만큼 건드린 건 잘못이다


부러뜨려야 호박씨를 물고 올 텐데

제비는 누구보다 강하고 염치없고 뻔뻔하지

그가 사과를 삼키려다 목에 걸린 것을 봐


단 하나의 사과 조각이 오래도록 목구멍에 걸려

바람을 잡은 채로 사방에 거미줄을 친 채로


시간을 업고 바람을 타면서

먹이를 기다리는 모양이라니


사과는 어둠에 걸려 목을 타고 넘어가지 못하고


사과에 얽힌 실타래 아직 닻을 올릴 수 없다

충분히 바람이 불지 않기에 바람을 기다리면서


홀로 노 저어 피안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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