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휘루 김신영 Aug 26. 2023

잔별을 당겨 덮는다

김신영 시인

  

사랑한다는 것은 수밀도처럼 차오르는 
맑은 이슬 모여들어 강이 되는 것이니

둥글게 한 세상 차오르기 위해
잔별을 끌어당겨 덮는다

바람 불고 그대가 불어오면
꽃비 날리는 밀짚모자에 오후의 빛이 스며 
    
그대여 항용, 이 사랑을 기억할 일이다     
낭만의 식구마다 복숭아처럼 단맛을 입에 물고
 
한여름을 오롯이 살아낸 과육처럼
그렇게 사람을 사랑할 일이다     
 
유난히 길었던 장마, 냉혹한 빗줄기를 견디어낸
그대 빛나는 뭇별보다 더 숭엄한 

과육 수밀도(水蜜桃)*
   
그런 예후를 담고도 달콤한
다정한 손자국 복사꽃을 꼭 닮았다     


*수밀도 : 살이 많고 단 맛이 나는 복숭아, 장호원의 '햇사레'가 대표적이다.

청미문학 2020년 가을


매거진의 이전글 볏시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