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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휘루 김신영 Jan 15. 2024

사람들은 자주 중저음의 코 먹은 목소리에 반한다

코 먹은 말씨의 친절할 것 같은 소리가 뒷자 너무 다정하게 들린다. 그는 나직하면서도 자상하고 부드럽게 말한다.


인기 배우들 중에도 콧소리 섞인 목소리는 어쩐지 멋져 보이고 다정하며 부드럽고 진실한 느낌과 신뢰가 간다.  예를 들어 중저음의 이선균의 목소리가 그랬다. 다정한 느낌이 배어 있는 부드러운 목소리다.


시내의 사거리에 위치한 카페는 아침부터 사람이 많다. 오늘은 월요일, 도서관이 쉬는 날이라 카페를 찾았다. 카페에는 사람이 많고 특히 젊은이들이 많다. 요즘에는 나이 든 사람도 종종 눈에 띈다.


나는 돌아보고 싶은 욕구를 참았다.  흔히 목소리로 대변되고 기대되는 모습은 서로 다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목소리나 행동이나 얼굴에서 풍기는 것과 다른 사람을 너무 많이 보아왔다.


멋지게 차려입고는 욕질을 하거나, 수수하게 입었는데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리면서 상대를 괴롭히는 것 말이다.


오늘도 뒷자리에서 들려오는 코 먹은 바리톤의 저음에 귀가 세워졌다. 내가 자주 반하고 듣기 즐거워하는 소리다. 그래서 뒤돌아 보지 않았다. 이미 마음에 방어막을 치고 있는 셈이다. 뭐 말을 걸겠다는 것도 아니고 그저 얼굴이 궁금하지만 이 또한 아무것도 아닌 줄 아는 까닭이다.


사실, 좋아하는 사람의 목소리를 가진 얼굴이  궁금하기는 하다. 내가 반하므로 실수한 순간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아마도 그런 목소리에 반하면서 나도 모르게 신뢰하였던 것이다. 반한다는 것은 그 상태를 매력적으로 느낀다는 것이고 쉽게 넘어간다는 것도 된다.


참, 그러고 보니 한낱 목소리에도 반하는 나는 얼마나 어리석은가? 확인도 하지 않고 감으로 일을 처결하다니. 나는 앞으로 태생적으로 이런 저런 일에 반하는 일이 많을 것이다. 그때마다 나를 채찍하고 사실과 진실을 확인하는 일이 먼저 일어나야 한다. 눈을 감고 귀를 닫아야 한다. 아무것도 믿어서는 안된다. 어떤 것도 내편이라 믿으면 안된다. 수많은 배신은 잘못된 믿음에서 실수로 시작된 경우가 많았다.


직감이 주는 실수가 많다. 내 귀에 지게 들리더라도 반하지 말자. 유리창너머 오늘도 차들이 바쁘게 지나고 사람들도 바쁘게 걷고 있다. 2층 유리창 안으로는 바람 한 점 들어오지 않기에 바깥 온도를 알 수는 없지만 꽁꽁 싸맨 것으로 보아 오늘도 몹시 추운 겨울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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