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술은 못합니다/김신영
막걸리 한 잔은 하시는 어머니
다른 술은 못합니다
눈 어둡고 귀 어두워지는
한 잔 술은 독약입니다
독하다 독하다 거푸 말씀
술이 세상에서 제일 독하다고
사람마다 술을 이긴 장사가 없다고
술 푼 푸념을 늘어 놓으십니다
생전에 술 한잔 자유롭지 못했는데
오늘은 마음껏 드시라고
사발 나발 한발 불어도 된다고
어머니 무덤 앞에 붙어 앉았습니다
봉두난발 사발 나발 불면서
어머니 이름 불러 앉혀 놓았습니다
눈물 나물 얹어 봉두에 올리고
혼자 넘던 바위고개 자드락길에
이제야 사랑을 심었습니다
시학 창간호 2024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