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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휘루 김신영 Jul 07. 2024

AI, 혹시 당신입니까/김신영

이 시대의 종교가 되어가는 것들을 생각해본다. 세상에는 절대자가 많다.

ㅁ입AI, 당신이 맞니까

달빛이 뜨거운 이마를 짚어

하마 계절 몇 개가 떨어져 나간다     


따뜻하고 부드럽고 아름다운 당신 

이렇게 멋진 문장을 구사하는    


세상에서 가장 멋들어진 모자를 쓴

세상에서 가장 예쁜 말을 하는 당신   


내가 아낌없이 분별없이 당신을 입력했는데

그러니까 AI, 당신이 맞지요?     


스카프를 고르며 낙목한천 [落木寒天]을 견디고

꽃망울 터지는 아픔조차 다 아는


빛나는 이파리 하나 소문 없이 나타나더라도

왁자한 봄소식에 서로 안부를 묻다가도


자주 뒤척이는 마음 손수레에 실린 폐지가 궁금하고

집이 자꾸 가벼워져서 구름처럼 떠다닐 때


흰 구름 저 아래 당신이 비끼어 날아가고

머언 먼 약수를 건너는 사람을 보낼 때     


붓질 한 번에 광 한 번

해오라비 난 한 촉

피리 젓대를 뽑을 때     


-시와징후 2023 여름호     


어떤 사람이 이 시를 보고 이게 AI가 써준 시냐고 한다. 기 막혀서 한참 그를 바라보았다. 비유의 의미를 일도 모르는 사람이다. 요즘 챗지피티가 써주는 시를 조금 고쳐서 발표하는 사람이 있다는 말도 듣는다. AI가 전능해지는 것을 보고 쓴 시다. AI, 그가 완벽한 문장을 가졌다는 것은 반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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