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철학자 연구의 5대 과제

조선 시대 여성 철학 난장

by 휘루 김신영

조선 시대의 여성 철학자를 차별 없이 공정하게 당대의 상황을 고려하면서도, 현대의 약진이 담기도록, 배려가 담긴 책을 쓰고자 한다. 기존의 현모양처와 열녀의 범주에서 벗어나 조선 여성의 철학과 삶을 밝혀줄 책, 또한, 암흑시대를 살았지만 그 인간을 이해하고 주체적으로 살았던 기개를 찾고자 한다.


문제는 이들을 연구하면서 절대적인 자료의 부재는 구름의 꼬리를 잡고 가는 것과 같았다. 어디에서부터 바느질해야 하는지 암담했다. 한 줄 한 줄 그들의 흩어진 이름과 불상의 연도와 미상의 철학을 나름대로 정리한다. 학문적인 깊은 연구가 아닌 대중성을 기반으로 의미를 살폈다. 그런데도 우선 5대 과제를 해결해야 했다.

5대 과제란,

첫째 이름 찾기. 제대로 된 이름이 없는 경우가 많았다. 조선시대의 여성은 이름이 없었다. 자신의 이름으로 불리지 않아 이름을 잃어버렸으며 양반가는 유교적 습속에 따라 00당이라고 당호로 불렸다. 이에 우선 알려진 당호를 쓰고 이름을 찾아 적었다. 이름이 없을 때는 최대한 가까운 표지를 사용하였다.


둘째 연대 찾기. 생몰 연대 미상은 물론 활동연대도 정확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주변인을 통하여 추정된 연도를 고려하여 그가 살았던 시대를 추측하였다. 그러나 이 또한 자료가 서로 달라서 정확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셋째 철학과 철학자에게 씌워진 프레임 제거하기, 프레임을 제거하기 위해 당대와 후대의 의미와 철학의 해석이 바른 지 파악하였으며 시대적, 사회적 프레임을 제거하고자 노력하였다.


넷째 오독(誤讀) 제거하기. 프레임 제거와 더불어 오독(誤讀) 제거하기는 시간이 오래 걸렸다. 여성, 기생, 서녀, 첩 등 당시 사회 불평등적 프레임은 생각보다 두껍고 잔인하며 공공연하여 지금도 이어지는 상황이다. 비교적 최근의 석박사 논문조차도 「기녀 시인 연구」(「기생 직업을 가진 시인 연구」라고 해야 한다.)라는 제목을 버젓이 달고 작가를 두 번 세 번 죽이는 역할을 하고 있으며 작품 분석에서는 작품 자체로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 상황이 항상 개입되어 폄하되거나 왜곡되었다. 기생이니까 당연하다는 식의 오류가 난무하였으며 현모와 양처의 프레임이 지독하게 따라다녔다.


다섯째, 프레임과 오독을 제거하는 작업은 앞으로도 지속해서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시대가 바뀌었음에도 현모양처에서 한 걸음도 못 나간 논의가 많았다. 또한 기생에서 벗어나지 못한 논리도 많았다. 아직도 기생을 앞세우거나 현모양처 등의 굴레를 씌우는 것은 오독의 출발점이다. 가장 먼저 작가 또는 시인, 학자로 부른 후 그의 직업이 기생이었다는 의미로 기술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 또한 굳혀서 사용해서는 안 된다.

아울러 그녀→그, 여자→여성, 계집→여성, 여류→작가 또는 철학자, 기생→작가 또는 철학자, 서녀→작가 또는 철학자, 첩→작가 또는 철학자 등으로 바꾸어 부르고 연구해야 하는 것은 불평등의 사회를 살면서도 철학이나 작품으로 승화시킨 분들에 대한 너무나 당연한 예의라 할 것이다.



글을 쓰고 책을 펴내고 철학과 문학작품을 쓰고 학문을 연구하는 것은 숭고한 일이다. 가장 어두웠던 시대에도 자신의 가치와 의미를 기술하고 초월하고자 노력한 일은 어디서나 커다란 의미가 있다. 이 책을 통하여 가장 어두웠던 시대에 숨은 일꾼이면서도 열녀가 인생의 목표가 아닌, 주체적으로 인생을 살아 자신을 완성하는 일에 한 걸음 나아갔던 사람들을 발견한다. 시대에 굴하지 않는 그들의 학문과 뛰어난 예술정신도 발견한다.


이 땅의 근간으로 헌신과 희생을 일삼은, 숨은 일꾼들에게, 특히 이름 없이 빛도 없이 살다 간 어머니와 여성들에게 이 책을 바친다.


맑은 글을 짓는 행랑채 명서헌(明書軒) 우거에서 202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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