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거주춤

김신영 시인

by 휘루 김신영

혹시 엉거주춤에 대해 아시나요?

다섯 시 같은 시간에 무언가를 기다리는


어디에서 엉거주춤 거리며

세상을 둘러보는 춤인데 말이죠


저녁에서 아직 밤이 오기 전에

엉거주춤 한 허리 부여잡고 걸어가는


고전과 새로운 미학 사이 어딘가

막연하게 주춤거리고 있는 자리


서지도 앉지도 못하고 반쯤 서 있는

이 시대의 새로운 춤


이도 저도 아닌 사람들의 엉거주춤은

얼마나 고단한 춤사위인가요?


이도 저도 아닌 인생들이

엉거주춤 거리며 거리에 떠돌고 있어요


살아가는 일이 무척이나 고된

발라드풍도 섹시한 댄스도 아닌


정말이지 인기 하나 없는 이 춤사위

한번 추어 보실래요?


김신영, 『맨발의 99만보』시산맥사.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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