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내 슬픔을 볼 수 없으리 >
그대 내 슬픔에 발 담그려 하여
심장에 더운 피 흐르고 오늘 살이 붉다
그러나 그대, 결코
내 슬픔을 볼 수 없으리
내 슬픔을 보려면
백 개의 계곡너머 함정에 빠진 백골이
붉은 혀로 타오르는 심장의 늪을 지나
하늘거리는 섬모의 숲을 지나
지질과 단백질과 탄수화물이
불쾌한 엽기를 폭포같이 뚝뚝 떨어뜨리는
허파의 숨구멍을 무수히 지나
오욕으로 물들이는 효소 들이마시며
소화액이 영롱하게 보석처럼 반짝거릴 때
그때, 만개한 슬픔을 볼 수 있으리
백일처럼 하얗게 부서지는 백안이 되어
내 안에 돋친 검은 가시를 볼 수 있으리
『불혹의 묵시록』 천년의 시작. 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