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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휘루 김신영 Jul 13. 2023

시립도서관 마당지기

시립도서관 마당을 쓰는 성자가 있다. 사실 그를 성자라 이름 붙이기에는 난감한 부분이 있다. 그는 작은 것에 연연하고 절절매고 안타까워하는 소인배이기 때문이다.


시립도서관은 제법 넓어서 반경범위가 큰 편이다. 그는 도서관의 주변의 마당은 물론 수초를 돌본다. 때로 나무를 베기도 하고 가지치기를 하며, 버려진 쓰레기로 인한 스트레스를 혼잣말로 잔소리 잔소리하며 푼다. 


공부하러 오는 사람들이 쓰레기 하나 제대로 처리 못하는데 무슨 공부를 하는지 원...

선생님은 무슨 공부를 하세요?


그는 늦장가를 갔다. 지금 애들이 초등학생이지만 그는 이미 초로의 나이에 와 있다. 아내는 베트남에서 건너왔다. 그런데 그는 책과 글을 좋아한다. 물론 본인이 즐겨 읽거나 쓰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글 쓰는 나를 만나면 꼬박꼬박 인사를 하러 뛰어 온다. 처음에는 무슨 공부를 하냐고 물었다가 글을 쓴다고 하자 무슨 글을 쓰는지 궁금해한다.


안녕하세요? 요즘에는 날씨가 짓궂어서.. 아 그런데 선생님, 글은 맨날 쓰세요? 무슨 글을 쓰세요? 


그의 이야기는 뜬금이 없다. 내가 무슨 글을 쓰냐고 묻고 그러다가 문득 사람들 이야기로 돌아가기도 하고, 아내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뜬금없이 이야기를 계속해서 때로는 이야기를 끊고 바쁜 척을 한다.


하지만 도서관 주변은 그가 있어 너무나 청결하다. 먼지하나 없다. 혹시 뭐라도 있으면 달려가 치워버리는 소인배이기 때문이다. 뭔가 있는 것을 견디지 못하는 그는 오늘도 도서관의 언덕에 올라가 안 해도 되는 가지치기를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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