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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통 Apr 22. 2022

카페 기행 2_ 경기 양평 쉐즈롤

천의무붕이라서... 부드러움은 비단과 같고, 달콤함은 사랑과 같은 맛이다

롤케이크는 둥근 모양이 참 좋다. 세상살기를 둥글둥글 살아라했던 노래 때문일까. 아무튼 롤케이크를 좋아한다. 조금 비싼 감이 있다. 하지만 맛을 생각하면  무색해진다.


양평 쉐즈롤을 찾았다. 양평에는 전원주택이 많다. 그래서 나는 전원주택을 로망처럼 생각하면서 늘 양평을 떠올렸다. 그 가운데 서종면 문호리가 많이 알려져 있다. 유명 연예인의 거주지라는 이유가 컸다. 나는 같은 면에 있는 수능리에 꽂혔다. 수능리는 계곡을 끼고 있는 전원주택 최적지이다. 


건축미와 인테리어 디자인이 신선하다


바로 그 수능리에 쉐즈롤이 있다. 멀리서 보면 전원주택임직한 외양이 눈에 들어온다. 단순하고 무미건조한 목조 건물이지만, 그것이 오히려 호감을 주는 것은 편안함 때문일거다. 마치 예술관 같은 건축디자인을 뽐내는 것은, 건축은 잘 모르지만 사람과 소통을 하고자 하는, 아니면 안으로 들어오라고 하는, 그런 복합적인 메시지를 접할 수 있다. 그래서일까, 간판을 찾아볼 수 없다. 입구에 아주 자그맣게 쉐즈롤임을 알려주는 것이 전부다.


단순한 목조건물이다. 하지만 예술관 같은 느낌이다. 

사람과 소통을 먼저라고 손짓하며 안으로 들어오라고 하는 메시지를 접할 수 있는 곳이다.


휘황찬란한 간판은 거부했다. 입구 구석에 조그맣게 쉐즈롤이 여기라고 알려주는 입간판이 전부다.


내부 공간도 사람이 중심이다. 특별히, 자세하게, 구구절절 표현하지 않는다. 디자인이 곧 커뮤니케이션이라고 말하고 있을 뿐이다.  문(door)을 밀고 당기는 것도 긴 말을 하지 않는다. 척 보면 알게끔 되어 있다. 


밀고 들어오세요! 라고 굳이 말하지 않는다. 


당기라는 것도 그냥 '당'이 전부다. 줄임의 묘수다.


맛을 보장하는 것은 사람과 분위기이다


쉐즈롤은 매년 블루리본 서베이에 선정된,이미 대외적으로 맛집이다. 블루리본은 2005년 도입한 우리나라 토종으로, 맛에 대한 평가를 한다.  서베이 방식으로 채택하여 객관적인 데이터를 수집하는 방식이다. 

사진 좌측 상단에 블루리본 서베이 스티커들이 잔뜩 붙어있다. 이미 맛집이라는 것이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에도 좋다.'는 상투적인 표현을 다시 할 수 밖에 없다. 정성이 가득하다는 것은 운영하는 사람들의 행동에서 알아 볼 수 있다. 조용하다. 왠지 분위기가 들떠 있는 예삿 베이커리 카페와는 다르다. 


무엇보다 베이킹(baking) 과정이 남다르다. 쉐즈롤이 사용하는 밀도 특이하다. 기계에서 직접 제분한 토종 앉은키 밀을 쓴다. 빵 반죽은 저온에서 천천히 발효시킨다. 그리고 매일 아침 120분을 참나무 장작에 불을 지펴 화덕의 내부 온도를 높여 빵을 구워낸다. 건물 주변에 장작이 쌓여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빵을 굽는 과정도 남다르다. 참나무 장작불로, 직접 제분한 토종 밀로 반죽한 빵을 장작가마에서 구워낸다.


가게 이름에 맞게 빵은 롤케이크 위주다. 의사결정의 효율성을 높여주는 구성이다.


롤은 세 종류가 있다. 쉐즈롤, 쇼콜라롤, 녹차롤. 그중 쉐즈롤과 녹차롤이다.


녹차롤이다.


쉐즈롤이다.


쉐즈롤은 포장 손님이 제법 있었다. 주변에 전원주택이 많아서인지 전화 주문 후 픽업한다. 그래서인지 카페 안에는 손님이 거의 없다. 조용히, 여유있게 시간과 맛을 즐길 수 있다.  뒷편에는 넓은 잔디 마당이 있다. 그 앞에는 계곡이 있다. 아이들과 함께 가면 푸른 잔디와 스킨십이 가능하다. 잔디 공간이 꽤 넓다. 아마 카페와 생활주택이 함께 있어서다. 물어보진 않았지만, 생활주택 앞 잔디 마당도 사용해도 무방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원주택지에 자리잡아서인지 전화 주문 후 픽업하는 고객들이 많다.


넓은 테이블과 의자는 공간의 혜택을 맘껏 누릴 수 있게 해준다.


천고가 높다. 그만큼 창의적 발상이 솟구치는 공간이 된다.


넓은 잔디는 마음의 평화를 자극한다.


잔디 마당 너머에는 계곡이 없다.


천의무붕의 맛을 아는가


커피와 함께 쉐즈롤과 녹차롤을 먹었다. 롤의 맛은 천의무붕(天衣無縫)과 같다. 부드러움은 비단과 같고, 달콤함은 사랑과 같은 맛이다. 무엇보다 시끄러운 세상에서 잠시 벗어나 오직 눈과 입으로 세상의 일을 하는 것과 같은 느낌이었다. 수능리샤워도우를 포장해왔다. 맛을 느끼는 순간을 집으로 옮겨오기 위해서. 발사믹식초(1,000원에 판매한다)에 찍어먹는, 그 맛은 최고였다. 아내가 말했다. "발사믹식초가 시어서 잘 먹지 못하더니, 진짜 잘 먹네요!" 나는 바로 회답했다. "바게트가 맛을 지배하면 신맛은 바로 바케트 맛에 바로 동화돼요!"


쉐즈롤과 녹차롤의 맛은 천의무붕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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