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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통 Jun 16. 2022

소소행小小幸

사소한 날이라도 소소한 행복을 찾자...

SRT 타고 평택지제역에 도착하면 대중교통으로 환승해야 한다. 방법은  가지가 있다. 전철과 버스로 연결하거나 버스와 버스로 바꿔 타는 것이다. 선택은 오롯이 나의 마음이다. 기분에 따라 결정에 이른다.

오늘 아침에는 버스와 버스를 골랐다. 운좋게 버스가 바로 왔다. 통복시장에서 내려 횡단보도 신호가 바뀌길 기다리고 있을 때 타야 할 버스가, 그것도 2대가 나란히 역시 신호에 걸려 정차했다. 쾌재를 부르며 오른쪽 손가락을 힘차게 튕겼다. 나는 좀더 한가한 버스를 골라탔다.

순조롭게 연결되는 소소한 일상의 즐거움이라며, 아침의 일을 김밥집 알바 아주머니한테 말했다.

“박사님도 그런 하찮은 일에 즐겁고 행복해 하세요?”

“당연하죠? 그럼 저는 뭐에 행복해하는 줄 알고 계시나요?”

“돈버는 재미에 사는 줄 알았어요!”

나는 순간 소리를 질렀다.

“진짜 제가 그런 사람으로 보였어요?”

“예!”

진심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는 것은 알지만 나는 변명을 늘어놓을 수밖에 없었다. 사실 돈은 벌지 못하고, 까먹고 있으니까.

“아닙니다. 저는 결코 돈을 좇지 않습니다. 제가 돈과 관련하여 목표로 삼는 유일한 것은 ’바르게 돈을 벌어 올바로 쓰자!’입니다.”

아주머니는 주식시장 추락에 마음이 몹시 상해 있었다. 개미들의 주식투자 그늘에 대해 몇차례 설명을 했지만 넘치는 자신감으로 줄곧 무시하는 것 같았다.

향란 씨는 돌연 “기다려야죠!”라고 말하면서 분노를 기대감으로 상쇄하려고 애를 쓴다.

“향란 씨는 주식 말고, 어떨때 작은 행복감을 느끼나요?”

“무담시 (대학생) 아들한테 사랑한다고 말해주면, 아들은 내 얼굴을 쳐다보지도 않고 손가락 하트를 날려줄때요!”

“그렇죠! 바로 그겁니다. 소확행은 아니어도 소소행을 찾아봐요! 그러면 하루에도 몇번씩 작은 행복을 느낄 수 있어요!”

향란 씨는 오전에는 김밥 싸는 아르바이트를, 오후에는 남편의 택배일을 돕는다.

“오늘은 남편의 등을 토닥토닥하면서 뽀뽀라도 해줘야겠어요!”

그러면서 어제 저녁 집 대문의 번호키가 갑자기 생각이 안나서 아들한테 물어서 들어올 수 있었다는 남편에게 “벌써 치매가 왔나?”라고 말해줬다고 덧붙였다.

“그러니 더더욱 토닥토닥 해야겠네요!”

내가 말해줬다. 나는 양손의 엄지를 그녀를 향해 치켜세우면서 김밥집을 나왔다. ‘사소한 날이라도 소소한 행복을 찾자’고 혼잣말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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