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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통 Jun 30. 2022

하지 말아야 할 것부터 지운다

할 수 있는 것을 찾기 전에 할 수 없는 것을 지워라... 인생이 달다

한 중학생이 있었다. 학교에서는 말썽을 피우는 문제아였다. 팔에는 문신이 있다. 아이는 학교를 빠지는 날이 많았다. 교사는 학생을 위로와 격려로 설득했다. 그러나 쉽지 않았다. 

부모는 오래 전에 이혼했다. 엄마는 다른 남자와 재혼했다. 혼자 사는 아빠는 아이를 건사하기 힘들었다. 돌볼 수 있는 여건도 아니었다. 결국 엄마가 아이를 데리고 갔다. 전학도 함께 이루어졌다. 

자신의 아이가 없었던 새아빠는 아이한테 친자식인양 잘 대해줬다. 아이도 새아빠를 좋아하게 됐다. 믿음이 생기니 아이는 닫힌 마음을 열었다. 

그런데 행복의 순간은 여지없이 짧았다. 엄마가 암으로 세상을 떠나고 만 것이다. 다시 아이는 친아빠와 함께 살게 됐다. 새아빠와 연락이 끊긴 것은 아니었다. 아이한테는 여전히 좋은 새아빠 였다. 

엄마는 살아 있을 때 무슨 명장을 취득했다. 아이는 새아빠의 도움이 컸다고 생각했다. 명장한테는 사후에도 정부에서 연금이 나오는가 보다. 하지만 엄마의 연금은 친아빠가 챙겨 가졌다. 아이는 화가 났다. 아빠한테 대들었다. 

“왜 그 돈을 아빠가 가지느냐? 새아빠가 엄마를 공부시켰으니 그 연금은 새아빠한테 가야 한다.” 

아빠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너는 아빠 편을 들어야지 왜 남의 편을 드는거냐.” 

아이는 여전히 갈피를 못 잡는 중이다. 아이를 향한 교사의 노력은 중단없이 이어졌지만 여전히 평행선이었다.

교사로 있는 지인한테 전해 들었던 내용이다. 중학생의 사춘기를 말해주면서다. 아이를 정상(正常)의 위치로 되돌려놓기가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 이야기의 구성을 이어갔다. 

어떻게 하는 것이 아이에게 도움이 될까?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 이유 없이 결석하기 없기

- 새아빠와 연락을 끊지 말기

- 아빠와 싸우지 않기 등

답이 나왔다. 

학교에는 오면서 담임선생님과 상의하여 답을 찾아보는 방법이 있을 거고. 새아빠한테 연락해서 연금의 주인을 되찾아주기 위해 함께 노력하면 답이 나올 수도 있겠다 싶고. 아빠와 싸움 대신 대화를 하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 같고.

사람들은 보통 해야 할 일들을 찾는 것에 훨씬 익숙해져있다. 해야 할 일을 찾기 위해 하지 말아야 할 일까지 하게 되는 경우까지 생긴다. 

하지만 사람들이 간과하는 것이 있다. 그것은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정리하는 것이 더 쉽다’는 것을 말이다. 

행복도 마찬가지다. 중학생 아이한테 멀리 떨어져 있는 행복 역시 없애는 것부터 정리해 나가면 반드시 찾아올 수 있다. 결석을 없애고, 새아빠와 연락을 유지하고, 아빠와 휴전을 한다면, 아이는 분명 행복한 아이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모 가댓(Mo Gawdat) 구글X 부사장은 저서 <행복을 풀다>에서 “행복 방정식은 ‘6-7-5’ 모델로 이뤄진다. 사람들을 혼돈에 빠뜨리는 6가지 인생의 큰 환상(생각·자아·지식·시간·통제 ·두려움)을 깨뜨리고, 판단을 어지럽히는 7가지 맹점(여과·추정·예측·기억·분류·감정·과장)을 바로 잡은 후, 인생의 5가지 궁극적인 진실(지금·변화·사랑·죽음·설계)을 움켜 잡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행복이란 ‘걱정과 불안이 없는 평온한 상태’를 말한다”고 덧붙였다. 책을 읽다 보면 와 닿지 않는, 글로만 설득력을 유혹하는, 생각의 한계에 부딪치는 표현들이 참 많다. 

그럼에도, 행복이란 ‘걱정과 불안이 없는 평온한 상태’라는 것만큼은 확실한 것 같다. 걱정과 불안을 벗어나는 삶이야말로 최고이니까. 

하지만 풍요롭고 건강한 삶으로 다가갈 수  있다면 ‘지금’을 참아야 한다. 살아 있어 숨을 쉬는 한, 우리에게는 ‘희망’이 있으니까.

누구의 삶이든 녹록치만은 않는 법이다. 중학생 아이처럼 주변의 일상사가 힘에 부칠 때가 있다. 아이는 힘들어 지칠때면 반항으로 존재감을 드러낼 수밖에 없었을거다. 사실, 소리 나지 않는 숨을 쉬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고, 숨을 쉬기가 힘들다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야 하는 삶이 있다. 중학생 아이처럼 말이다.

우리는 중학생 아이처럼 숨을 쉬기가 쉽지 않을 때는 하지 말아야 할 것부터 찾아 빨간 줄을 그어볼 필요가 있다. 해야 할 것을 찾는 것보다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정리해 나가는 것이 삶에서 더 유익하니까.

생텍쥐페리가 말했다. “완벽하다는 것은 무엇 하나 덧붙일 수 없는 상태가 아니라 더이상 뺄 것이 없을 때 이루어지는 것이다.” 라고. 

살아가는 이유 중 최고가 사랑이라고? 지금 이 순간에 간절히 바라는 것은 행복이라고? 보통 사람은 사랑과 행복이 최고라고 여기고 살아가지만 엉망진창의 삶이 훨씬 많다고 느끼곤 한다. 

이 역시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보통 세상살이의 모습이다. 아무리 걱정을 한다 해도 달라길게 별로 없다. 그러나 걱정으로 했던 걱정이 시간이 지나면 별거 아니었다는 것을 느낀 적은 있었을 것이다. 바로 삶의 평준화다.

보통은 항상 보통이다. 높지도 않고 낮지도 않는 그 수준, 그 위치, 그 정도. 보통을 뛰어 넘으려고 하지 않는다. 중간이 주는 안정감 때문이다. 

이제부터라도 보통의 안정을 뒤집어 볼 필요가 있다. 언제나 절실함이 역사를 만들어왔다. 자신이 자신을 안아주는 삶 정도는 만들어야 한다. 

무너지는 일들이 삶에서 반복되면 하지 말아야 할 것부터 없애본다.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하나씩 하나씩 지워가다 보면 결국 남는 것이 할 수 있는 것들이 된다.

사람들은 아픔과 슬픔을 없애려고 애를 쓴다. 기쁘고 즐겁고 행복한 순간이 주는 쾌감이 아픔과 슬픔보다 훨씬 좋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픔과 슬픔이 없다면 기쁨과 즐거움도 없다. 즉 아픔과 슬픔이 없애야 즐거움이 찾아오는 것이다. 

누구나 다 슬픔을 참고 아픔을 견디고 살아간다면 그 감당의 끝은 우울증에 걸릴 것이다. 어려운 삶의 반복 속에서도 내가 이겨낼 수 있다면 그 싸움에서 주인공은 바로 내가 된다. 중학생 아이가 현재의 삶을 이겨내야 훌쩍 자란 시기가 오면 자신을 토닥거릴 수 있다. 그러니 할 수 있는 것을 찾기 전에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지워나가자. 그래야 내 인생은 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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