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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통 Dec 13. 2022

붕어빵 이야기

노부부가 만든 1000원에 2개 붕어빵이 3000원 짜리를 이긴다

겨울의 제철 음식 중에, 아니다, 제철 생선 중에 으뜸은 붕어빵이다. 요즘 거리의 매대가 코로나와 불황으로 사라진지 오래라, 숨은그림찾기 하듯 붕어빵을 찾아 나서는 이들도 많단다. 그래서 생겨난 것이 ‘붕세권’이다. 붕어빵을 파는 일대를 말함이다.


은행을 다녀오는 길에 붕어빵 가게에 들렀다. 노부부가 운영하는 아주 조그마한 규모다. 붕어빵 외에 호도과자와 옥수수를 쪄서 파신다. 붕어빵은 할아버지가 만드신다. 요즘은 전기로 굽는다. 구워 노르스름하게 잘 익은 모습을 내놓기까지 딱 3분이 걸린다고 한다. 예전에는 가스 불 위에서 동그랗고 둔탁한 검정색 틀이 돌아가면서 붕어빵을 만들어냈다. 가게 안 저쪽에서 할머니는 설거지와 정리하는 일을 맡아, 두 분의 업무가 나눠져 있는 것처럼 보였다.


“붕어빵 2000원 짜리 한 봉지, 3000원 짜리 한 봉지 해서 2개로 나눠 싸주세요!”


한참동안 셈을 하시던 할아버지는 “크림이 들어간 거는 어떻게 할까?”하고 물으신다. “각 봉지에 2개씩 넣어 주세요!”라고 내가 말했다. 할아버지는 또 한참을 생각하신다. 고개를 이리저리 갸우뚱하시면서 셈을 하신다. 붕어빵은 슈크림과 팥소, 이렇게 두 종류가 있다.


”우리 붕어빵 먹어 봤어?“

”오래 전에 먹었던 것 같아요!“

”원래 1000원에 5개씩 팔았어! 근데 재료 값이 너무 올라 도저히 그렇게 못 팔겠는거야!“

”그렇지요! 식재료 값이 엄청 올랐다고, 모든 음식값과 먹는 것들이 많이 올랐어요.“

“우리도 2000원에 3개, 이렇게 팔아야 하는데 그렇게 못해!”

“왜요? 그렇게 파시지 그러세요!”

“그럼, 안 와! 사람들이 안 사먹어….”


할아버지는 안타까움이 가득한 얼굴로 나를 보며 말했다. 나는 “신문을 보니까 3000원 짜리 붕어빵도 있다는데요!”라며 비싸지 않다는 것을 설명하려 했다. 할아버지는 “그 붕어빵은 뭐가 들어갔길래 그렇게 비싸? 붕어가 자연산이래?”라고 말하고는 “허허허”하며 웃으신다.


“여기 가게 임대료도 내셔야 하잖아요?”

“당연히 내야지! 그런데 작고 누추한 곳이라서 싸!”라고 말하고도 할아버니는 끝까지 금액은 밝히지 않았다.


“댁은 어디세요?”

“뭐라고?”

“자택이요. 여기 근처에 사세요?”

“아녀! 좀 떨어져 있어!”

“두 분이서 출퇴근하시기가 쉽지 않으실텐데, 힘들지 않으세요?”

“어, 힘들긴 하지 왜 안 힘들어! 근데 말여, 그래고 행복해!” 하시면서 설거지를 하고 있는 할머니를 넘겨다 보신다. 할머니는 할아버지를 바라보고서는 싱긋 웃어주신다.


3000원 짜리 붕어빵이니 붕세권이니, 이렇게 붕어빵의 허세가 붙어 인기가 높아졌다 해도, 나는 할아버지의 하얀 밀가루처럼 맑은 모습이 왠지 짠해 보였다. 2마리에 1000원 짜리 노부부의 수제 붕어빵이 서울 강남에서 팔고 있는 3000원짜리 붕어빵 보다 훨씬 맛있을 거란 생각에 나는 군침을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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