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별통 Jun 07. 2021

[무작정 여행] 평창 강릉 인제

여행의 에필로그는 ‘다음에 다시!’로 돌아가... 다음엔 어디?

#1. 월정사와 전나무 숲길_ 마음을 수양해야 함을 다시 깨닫고, 전나무 숲길을 걸으면서 피톤치드에 취해서 행복은 역시 자연과 함께 해야 더 가까워진다는 것을 느꼈다.

#2. 양떼목장_ 오래 전 초등학생이던 아이들을 데리고 왔을 때 목표는 아이들. 오늘은 오롯이 어른들의 몫. 안 보이던 나무들이 보이고, 양들의 표정이 보이고, 구경 나온 사람들의 얼굴이 보이고... 양들의 삶들을 생각하면서 사람이기에 할 일이 많다는 것 느꼈다.

#3. 안반데기_ 꼭 가보고 싶었던 곳. 특히 달과 별을 보러 가보고 싶었던 곳. 밤이 무서워 낮에 들렀다. 고냉지 배추를 이제 심고 있어 푸른 배추밭의 장관은 구경 못했지만, ‘이런 곳이 있구나!’ 하는 경험으로 유쾌함을 느꼈다.

#4. 오죽헌_ 처음 가봤다. 신사임당과 이이의 교훈은 지폐 소유로 충분했기에... 옛날의 삶을 느끼기에는 현대화 흔적이 이곳 저곳에 있었지만, 과거의 삶을 알아봤자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을 알아서인지, 단지 신사임당의 삶이 당시엔 신문의 1면 값이라는 것을 느꼈다.

#5. 경포대_ 말해서 뭐해, 바라만 봐도 행복이 밀려 오면서 만족감의 엑셀레이터가 급상승하는 것을. 돗자리를 깔고 한참을 봐라 보다 하얀 파도 앞으로 다가가 오염된 마음을 씻어냈다. 역시 바다는 나의 고향임을 다시 느꼈다.

#6. 동성호 횟집_ 빼트릴 수 없는 순서. 오어선장님의 소개로 다가간 곳이다. 찾는데 어려움이 있었는데 물회로 사르르 녹아났다. 자연산의 졸깃함과 입안을 침투하는 두툼한 식감은 역시 남달랐다. 배가 터질 위기 상황에서도 행복할 수 있음을 느꼈다. 오어선장 선배님을 뵐 수 있었다는 것은 또다른 행복!

#7. SL강릉호텔_ 숙소에서 맞이한 일출은 역시 뜨거웠다. 태양의 기운이 유난히 얼굴을 붉히게 했다. 전날의 약주 탓이겠거니 했다. 하지만 나에게는 식지 않은 열정이 있었다. 그것이 참이다. 반면 SL호텔강릉은 비추. 4성급 인데, 주차 공간에 없어 호탤 건너편 병원 건물에 주차라니, 도저히 이해불가로 이렇게 글을 남긴다.

#8. 미경이네횟집_ 백반기행 강릉편에 나왔던 곳인데, 섭미역국과 성게 비빔밥으로 조식. 주인장 왈 “그대는 운이 좋다. 아침에 성게를 손질했다. 지금 바로 만들어온 비빔밥이다. 보통 성게는 손질 후 냉동보관한다. 그대는 복이 있다.”

#9. 안목커피거리_ 맛있게 하루를 데뷔한 배를 두드리며 어제 가지 못했던 안목커피거리로. 강릉의 커피 맛은 역시 좋다. 커피의 고장답다. 강릉의 관광산업의 으뜸 문화가 될듯, 지금은 물론 앞으로도.

#10. 한계령 휴게소_ 추억의 한계령이다. 동해안으로 가족여행을 떠나면 항시 들렸던 곳이다. 한계령 노래 처럼... 저 산은 내게/ 우지마라 우지마라 하고/ 발아래 젖은 계곡 첩첩산중/ 저 산은 내게/ 잊으라 잊어버리라 하고/ 내 가슴을 쓸어내리네/ 아 그러나 한줄기/ 바람처럼 살다가고파/ 이 산 저 산 눈물 구름 몰고다니는/ 떠도는 바람처럼/ 저 산은 내게/ 내려가라 내려가라 하네/ 지친 내 어깨를 떠미네//. 그래서 한계령에 오르면 위로를 받았다. 오늘도 변함없이 한계령은 나를 위로했다.

#11. 원대리 자작나무숲_ 하얀 상처가 오히려 희망의 줄기처럼 뻗어 있는 곳이다. 파란 잎들로 하얀 줄기가 가려졌음에도 틈틈이 드러난 하얀 위용은 여전히 곱고 별처럼 빛난다. 자작나무의 하얀 빛깔처럼 우리네 삶들도 자작자작 잘 타오르기를...

#12. 삼환숯불갈비집_ 백반기행 인제편에 나온 곳. 이영표 감독이 공기밥 두 그릇을 쏜살같이 해치운 집이다. 묵은지 찌개가 탐이 나 갔다. 가는 날이 장날이었다. 일요일 휴무라고 써붙여진 A4 종이가 얄궂다.


#13. 총평_ 여행의 과정 과정이, 순간 순간이 즐거움과 행복감으로 충만했다. 그럼에도 집에 오면 “역시 집이 최고”라고 막말로 정리된다. 그래서 여행의 에필로그는 ‘다음에 다시!’로 돌아간다. 다음에 다시 할 곳은 어디?






작가의 이전글 김동규 에세이 <마음놓고 뀌는 방귀>를 읽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