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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통 Jun 09. 2021

[부부가 둘 다 놀고 있습니다(부부다놀)]를 읽고...

읽다가 마음과 가슴을 술렁이게 만드는 책이 최적이다

편성준 작가는 페이스북 친구다. 일상의 소재로 사람을 웃게 하고, 생각하게 하고, 반성하게 하고, 가르쳐 주기도 하는 글들을 포스팅하는데, 그냥 나혼자 좋아하는, 한번도 만난 적 없는 페북친구다.
책을 냈다는 사실을 오래 전 알고 있었다. 출간 직후 ‘부부다놀’은 몇 개의 동네서점에서 베스트셀러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페북에서 접했던 서평도 좋았다.


나는 반드시 읽어야 할 책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고도 한 참 만에 읽었다. 이틀이 걸렸다. 시간으로 따지면 대충 10시간 정도인 것 같다. 역시 편 작가는 선수였다.

느낌 1. 어떤 때는 소문 난 맛집 보다 숨어있는, 알려지지 않은 맛집이 훨씬 나을 때가 있다. 바로 이 책, ‘부부다놀’이 딱 그렇다. 책을 읽으면서 작가와 거의 비슷하게 책에 등장하는 ‘아내’를 책을 읽다가 잠시 멈추고 중간 중간 생각했다. 작가의 아내 ‘혜자’ 만큼 너그러운 포용심과 세상에서 가장 대범한 아내를 본 적이 없다. 물론 나는, 나의 아내 이외 다른 아내를 경험한 적이 없지만. 그래서 나는, 책을 읽으면서 ‘나의’ 아내에 대하여 자꾸 비교 몰입하게 됐다. 급기야 나는 지금까지 몰랐던 대단한 사실을 발견하기에 이르렀다. 아내와 나는, 이름의 초성이 같았다. 시옷(ㅅ)과 이응(ㅇ). 책에 나오는 ‘편한집’, ‘편혜집’도 좋지만, 나와 아내가 둘다 실컷 놀다가 가게를 차리게 되면 나는 ‘시옷이응’으로 상호를 지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큰 소득이 아닐 수 없다.

느낌 2. 나는 평소 해보고 싶은 것이 있다. 지금도 유효하다. 보통스럽거나 평범한 사람을 인터뷰하고, 그(또는 그녀)의 삶을 글로 옮겨 보는 것이다. 그야말로 주변 사람, 장삼이사와 갑남을녀의 이야기들이다. 그들의 삶이 거의 대부분 ‘우리’의 세상살이와 같기 때문이다. [부부다놀]의 글들이 바로 그렇다. 물론 편 작가는 SNS에서는 유명인(?)이다. 하지만 그 유명세가 작가의 삶을 보통 이상으로 바꿔 놓지 않았다(아니, 바꾸지 못한건가?). 아무튼,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와 같은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결국 세상을 지배하고 있는거다. 그래서 [부부다놀]은 베스트 셀러가 되어야 한다. 책을 읽으면서 아내와 관련해서 부러운 것을 또하나 찾았다. 나도 아내로부터 ‘오빠’라고 불리어 보고 싶은 것이다. 연애 시절을 포함해 아내는 나를 오빠라고 불러본 적이 없다. 콧소리로 ‘옵~파!’라고 부르면서 다가올 때 느껴지는 감정이 자못 궁금하다.

느낌 3. 성북동 소행성에는 혜자, 순자, 성준, 이렇게 셋이서 살고 있다. 그러므로 작가 ‘성준’이라는 이름을 ‘성자’로 바꿔 보면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당연히 호적까지 바꿀 필요는 없다. ‘성준’은 이미 성공(일과 결혼에서)한 훌륭한 이름이다. 그러니 함부로 바꿔서도 안 된다. 다만 소행성 안에서 만이라도 ‘성자’로 이름을 바꿔 사용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소행성에는 3자가 살고 있게 된다. 혜자, 순자, 성자. 그 중에 최고는 역시 혜자다. 성자는 때로는 성자聖子이기도 한다. 물론 나의 기준이다.

술술 읽히는 책이 최상이고, 읽으면서 술 생각을 나게 하는 책이 최고이고, 읽다가 마음과 가슴을 술렁이게 만드는 책이 최적이다. ‘부부다놀’이 그렇다. 이 역시 나의 기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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