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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통 Oct 27. 2021

리더십의 왕을 뽑아라

조직과 가정에서 업적과 성과를 일궈 낼 때 그대가 바로 리더의 왕이다

한 신문사 논설위원이 순천 송광사 불일암에서 법정스님을 만났다. 후박나무 아래 서니 가을이 코 끝으로 느껴진다면서 던져 준 스님의 가르침은 이랬다.


태평논법이라고 방치하는 건 게으른 사람들이 지어낸 말이다.

소중한 흙에게 미안한 일이지. 사람은 자나깨나 부지런해야 한다. 

그렇지만 너무 바지런해도 폐가 된다.

차(茶)나 꽃은 냄새라 하지 않고 향기라고 한다.

사람도 냄새가 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향기 나는 사람이 있다.

사악한 사람한테는 끈적이고 지독한 냄새가 난다.

씻지 않은 사람한테서 고약한 냄새가 나는 것처럼.

나쁜 냄새와 기운은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준다.

언제나 정갈하고, 향기 나는 사람이 되도록 부단히 노력하고,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하고,

그런 사람에게는 아름다운 향기가 난다.


아름다운 향기가 나는 사람은 누구인가. 아무래도 명망의 리더십으로 ‘이 시대의 리더’로 칭송받아도 손색없는 사람일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2002년 월드컵에서 대한민국을 4강에 올려 놨던 히딩크 감독을 주목했다. 당시 삼성경제연구소는 히딩크 리더십을 ‘하이 파이브(HI-FIVE)로 압축하는 보고서를 냈다. 꿋꿋함과 소신(Hardiness) · 공정성(Impartiality)으로 대표되는 원칙, 그리고 기본의 강조(Fundamentals), 혁신의 추구(Innovation), 가치의 공유(Value Sharing), 전문지식의 활용(Experts) 등에서 영문 첫 글자를 딴 분석이었다.


2010년 봄에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우리나라 대표팀을 결승전에 끌어 올린 김인식 감독의 리더십 붐이 일었다.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지혜와 열정을 배우자는 주장과 함께였다. 김인식 리더십의 핵심은 ‘믿음’이었다. 믿음으로 선수들을 분발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국민대 경영학과 백기복 교수는 김인식 리더십을 다섯 가지 키워드로 이해했다. 가장 큰 특징은 ‘자기긍정’의 힘이다. 그리고 악착 같은 성취 열정과 하향 온정, 수평 조화, 임기응변 능력을 꼽았다.


7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이어 무패 본선행이라는 금자탑을 세운 허정무 감독의 리더십도 떴다. 먼저 경쟁을 불어 넣으면서 신구(新舊) 선수의 조화를 꾀한 경쟁의 리더십이 있다. 자유로운 의사소통에서 시작되는 소통의 리더십도 있다.


30회 런던올림픽이 올린 올해 리더십의 왕은 단연 홍명보 감독이다. 올림픽 축구 동메달의 기적을 일궈 낸 그의 성공 DNA를 배우자며, 가히 선풍적이다. 홍명보 리더십의 테마는 ‘형님’이다. 가부장적 권위와 수직적인 억압 스타일이 아니라 수평적 소통이 핵심인 리더십이다. 형제와 같은 눈높이로 교감하고, 선발 선수에 대한 강한 신뢰감, 아이 컨텍트(eye contacted)와 한번이라도 등을 토닥거려 주는 스킨십, 지적보다는 스스로 하게끔 강제하는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칭찬을 받았다.


유독 스포츠 세계에서 감독을 중심으로 한 리더십이 부각되는 경우가 많다. 승리라는 결과물이 눈에 쉽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지도자의 리더십과 스포츠 정신을 배우는 스포츠 리더십은 그 수용성이 높다고 한다. 스포츠 경쟁에서 지도력은 조직과 가정의 울타리에서 파생하는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유용하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한 순간 리더십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사례도 빈번하다. 잘 나갔던 조직이나 개인이 일시에 무너지면서 리더십도 파도 앞에 모래성처럼 사라지고 만다. 승부의 세계는 냉정하고, 리더십의 범주는 냉혹하다. 스포츠처럼 조직과 부모도 리더십이 강조된다. 실체가 없는 듯 보이면서도 목숨처럼 중요하게 외치고 있다.


여름 날의 불꽃놀이처럼 한 순간에 날아가버린 리더십이 있다. 불과 몇 해전에는 그의 글로벌 리더십이 큰 화제였다. 중동의 신흥국가 두바이의 천지개벽을 주도했던 셰이크 모하메드(Sheikh Mohammed) 국왕은 탁월한 리더십과 상상력으로 유명세를 떨쳤다. 그는 희망과 건설의 의지를 제시하던 2006년 당시 이렇게 말했다. “불가능이란 단어는 지도자의 사전(辭典)에는 들어 있지 않습니다. 우리가 이미 이룬 것을 보지 마십시오. 우리가 이룰 수 있는 것을 바라 보십시오.” 하지만, 그의 리더십은 이제 서포터(suppoters ; 지원군)을 기다리는 신세가 됐다. 그는 아부다비TV 인터뷰에서 밝혔었다. ‘내 말에 동의만 하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 사람은 속으로 날 존경하지 않는다. 나더러 ‘잘못했다’고 지적하는 사람을 사랑한다. 진정으로 나와 국가를 걱정하기 때문이다.” 그는 “우리 국민은 ‘1+1=2’가 아니라 ‘1+1=11’을 만들자”고 외쳤었다. 지금 그는 축구와 비교할 때 페널티 킥을 선언 받았다. 골대에서 11m 떨어진 곳에 놓여있는 공만 쳐다 보고 있다. 그는 한 때 세계 최고의 리더였다.


오래 전 이야기다. 5공 시절, 3S 정책이라는 우민(愚民) 전략이 있었다. 민심을 우민화하여 정치적 무관심을 유도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최고 권력자가 대중(大衆)을 마음대로 조작하고자 했던 전형적인 순치(馴致)정책이다. 여기서 3S는 스크린(screen), 스포츠(sports), 섹스(sex)이다. 컬러 텔레비전, 구기 종목의 프로 스포츠가 등장하고 포르노가 판치는 시기였다. 리더가 얼마나 중요한 지를 알게 해주는 시절이었다.

세월이 흐르고 흘러, 지금 기업에는 X세대(1964~1980년에 출생해 현재 기업 직원 중 30~50% 정도를 차지하고 있음)와 Y세대(밀레니엄 세대라고 부르며 1980년대 이후에 태어난 신입사원으로 기업직원 중 20% 미만을 차지함)가 구성원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다. 이들에게 리더십은 무엇이고, 리더는 누구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리더는 구성원 모두이고, 리더십은 모두로부터 발현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기업은 세대들간 다양성의 혼란으로 모래알 근성이 조직 운영의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 시대에 리더들에게 기대되는 것은 사랑과 소통이다. 세대 간 다양성의 해소는 경청(傾聽)으로 해결할 수 있다. 듣는 경청만이 아니라 말하는 사람의 경청도 필요하다. 말하는 것에 몰두하다 보면 의견보다는 주장을 펼치게 되기 때문이다. 사랑과 소통을 위한 경청은 절실한 사명이다.


또 하나, 충성은 군대에서만 찾는 것이 아니다. 군대시절 축구 이야기 하듯이 기업과 조직에서도 충성심이 화제로 떠올라야 한다. 부동산과 동산에 주인의식이 없다면 폐가(廢家)나 폐물(廢物)과 별반 다를 게 없다. 충성 없는 기업은 총알 없는 전쟁처럼 헛방이다. 충성을 바치게 해달라기 전에 먼저 충성심을 만들어 표현할 때 기업이 발전하고, 그 열매는 충성심의 비료로 돌아 온다.


과거의 TV 드라마 ‘파리의 연인’ 처럼 멘토와 멘티를 만들어야 한다. 조직 구성원들 사이에 서로 “이 안에 너(멘토 또는 멘티) 있다”고 한다면, 그 사랑은 아름답게 피어난다. 이해를 바탕으로 한 사랑 밀어주기는 조직의 유연성과 진정성으로 연결된다. 기업이 이윤추구가 목적이지만, 조직원이 서로 사랑을 추구할 때 성과도 따라오기 마련이다. 리더십의 명수 스포츠 감독들은 이구동성 ‘승리’의 강박관념을 토로한다. 스포츠 감독들한테 리더십의 유용성은 승리할 때와 승리를 유지할 때만이기 때문이다. 패배의 순간 리더십은 두바이 리더십으로 여지없이 바뀐다.


스포츠 세계에서의 승리처럼, 조직과 가정에서 업적과 성과를 일궈 낼 때 그대가 바로 리더의 왕이다. 리더는 계급 순이 아니다. 성과를 냈느냐, 조직이 웃느냐, 소통이 되느냐, 믿음이 있느냐. 바로 리더십의 조건 가운데에서 해당 사항을 찾을 수 없다면 그는 리더의 왕을 찾아 리더십을 갖춰야 한다. 마음으로나마 리더와 리더십을 갖춘 상태에서 노력하다 하다 보면 성과도 나고 조직도 웃는다. 이런 모습이 조직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참신한 리더들의 전형이다.


오래 전 일이다. 선배가 회사를 떠나게 됐다. 옆에서 짐을 정리하는 그를 거들었다. 서랍을 비우다 말고 길쭉한 종이 상자 하나를 내게 건넸다. 열어보디 부채였다. 합죽선이었다.


“이미 여름철이 지난 지금, 무슨 부채냐.”며 버리겠다고 했다.

“철 지난 부채라서 그래?” 선배가 물었다.

“내년 여름에나 쓰일텐데, 뭘 주냐? 그냥 버리소.”

“하로동선(夏爐冬扇)이 ‘불필요함’ 만을 뜻하는 건 아니야!” 하면서 선배는 말을 이었다. 

“비록 여름의 화로라 해도 그것으로 젖은 것을 말릴 수 있고, 겨울의 부채라 해도 그것으로 불씨를 일으키는 일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매사가 긍정과 배려의 마음 때문이었나. 그 선배는 회사를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작지 않은 회사의 CEO가 됐다. 선배는 자녀들도 모두 국내외의 유수 대학에 진학시켰다. 그 선배는 내 마음 속에서 리더십의 왕이다. 지금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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