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의 끝이 목전이다... 반성은 인생의 부록이다
가을과 겨울 사이에는 애절함이 있다. 가을은 그야말로 오색단풍과 같이 총천연색이다. 알록달록 색색깔로 예뻐 보이다가도 그 밝음 밑에서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는 회색의 건조함이 있다. 노란 색의 기쁨이 있다가도 어느 순간 갈색의 막막함이 있다. 말라가는 잎새 마냥 가끔은 팍팍함이 고개를 들이 밀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팍팍함과 막막함도 멀리 보기 위해 높게 날고자 함이요 맛난 먹이를 먼저 잡기 위해 일찍 서두르는 것이며, 안빈낙도를 위해 파도를 넘어서는 것이다. 늦가을은 이렇다. 가을비인지 겨울비인지 비가 주룩주룩 내린다. 고인 물에 빗물이 떨어지는 것이 구멍이 큼직한 모래시계처럼 마음이 착잡해지고 아찔해진다. 벌써 12월이다.
습한 기운이 마음의 기체를 바닥에 깔리게 한다. 바람이 불고 쌀쌀해진 기온이 몸을 압박해서인가. 한 해의 끝이 코앞이다.
2021년의 마지막에 서있는 가상(假想)의 한 사람과 인터뷰를 시도했다. 만나서 인사 나눌 때 내민 손이 몹시 차가웠다. 겨울이라서 보다는 인생 한 해가 또 한 번 저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 한 해 동안 당신은 누구였나?
= 1월은 각오의 달인. 2월은 호기심 천국. 3월은 도약준비의 신. 4월은 노력의 재방송. 5월은 가족사랑의 다짐. 6월은 신발 끈 쪼이기. 7~8월은 휴식으로 재충전. 9월은 과거회상기. 10월은 마지막 투혼기. 11월은 자기위안 삼는 달. 12월은 반성문 쓰기. 이렇게 각 달을 맞이하고, 보냈다.
- 행복했던 순간과 슬펐던 순간은?
= 밝은 얼굴, 웃는 얼굴을 볼 때가 행복했다. 용기와 웃음을 잃었던 순간이 슬펐다. 세상은 얼마나 무표정한가? 행복을 찾을 수가 없다. 마음의 창이라는 얼굴에서 밝고 웃는 모습을 잃어버린 사람들이다. 그러니 가끔 길 위에서 웃는 얼굴을 볼 때의 행복감이란 맛난 음식을 만난 듯 반가웠다. 반면 실낱같은 희망마저 썰물처럼 빠져 나가는, 혹시 꿈이었으면 하는 마음이 덮쳐왔다. 희망의 빈곤감이었다. 용기는 연기처럼, 웃음은 거품과 같이 사라졌다. 가장 슬펐다. 하지만 행복과 슬픔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쉽게 뒤집을 수, 뒤집힐 수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 인생 명함이 있다면 뭐라고 적고 싶나?
= 어느 분야에서든 한 곳에서만큼은 ‘내가 최고’라는 타이틀을 적고 싶었다. 너무나 평범한 생활을 거치면서 두루두루 사는 게 잘 사는 것인 줄 알았다. 그런데 어느 날인가,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혼자 고민해봤다. 없더라. 그래서 이제부터라도 나의 인생명함에 ‘최고’라고 새길 수 있는 일(것)을 찾을 것이다. 늦었다고 할 때가 가장 빠르다는 말이 있지 않나. 더 이상 세월을 허송하지 않고 반드시 찾아내고, 또 최고가 될 것이다. 끝내 찾을 수 없다면 사랑만큼은 최고가 되어서 명함에 ‘최고의 사랑꾼’이라 새겨 넣겠다.
- 자신한테 열등감은 무엇인가?
= ‘잘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 끝에는 항상 ‘아냐, 안 될거야!’였다. 그래서 해보지 못한 것에 대한 굴복이 너무 빨랐다. 결국 생각이 작아졌다. 의문문은 목적을 허물어 버린다는 것을 알았다. ‘잘 할 수 있다’로 바꾸기로 했다. 삶과 꿈을 구분하지 못했다. 꿈이란 실체가 없다. 삶이 그렇다. 삶은 꿈의 연결로 만들어진다. 살다 보면 삶과 꿈이 동의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결심했다. 꿈같은 삶을 살기로.
- 힘겨울 땐 어떻게 했나?
= 실패를 되새겨보았다. 성공의 맛은 기쁘지만 짧다. 실패의 쓴 맛은 입이 아니라 머리가 기억하게 만들었다. 성공에는 자만의 씨앗이 자라지면 실패에는 각오와 다짐이라는 인내가 들어있다.
- 세상을 살아가기 위하여 필요한 용기는?
= 인디언 속담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내용은 이렇다. 사람의 마음속에는 나쁜 늑대와 좋은 늑대가 있다. 나쁜 늑대는 분노, 질투, 슬픔, 욕심, 오만, 거짓, 절망, 비관, 열등 등이다. 좋은 늑대는 기쁨, 평화, 사랑, 희망, 믿음, 낙관, 신념 등이다. 이들은 늘 싸움을 한다. 누가 이기냐? 내가 먹이를 주는 쪽이 이긴다. 나쁜 늑대가 이기지 않게 하려면 좋은 늑대한테 먹이를 줘야 한다. 그 먹이는 자신의 손에 쥐여있다. 결국 세상을 살아가기 위하여 필요한 용기는 ‘깨달음’이다.
- 행복이란 무엇인가?
= 사람은 인정(認定)에 목말라한다. 그러다보니 타인관점에서 성공을 바라본다. 힘든 자신을 만드는 것이다. 인정에 매달리지 말고, 칭찬받고 싶다는 생각을 버리는 것이 좋다. 자신한테 말을 하고, 자신이 무슨 말을 되돌려 주는지 귀를 기울여야 한다. 자신을 칭찬해주고 자신한테 박수를 쳐줘라. 치열하게 자기만족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다음 생에서도 자신으로 태어나고 싶다면, 그것이 최고의 행복이다.
- 한 해 동안 부모님을 생각한 적이 있는가?
= 부모님 생각은 날마다 한다. 부모님을 생각하면 늘 ‘고맙습니다’로 연결된다. 팍팍한 삶, 혹독한 현실, 사라진 자신감. 이 모든 것들 앞에서 정신적으로 터무니없이 부유해지는 이유는 바로 부모님 사랑이 존재하고, 그 사랑에 대한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부모님에 대한 사랑에 이제야 눈을 떴다. 너무 늦었다.
- 왜 사는가?
= 산에 오르는 사람에게 “내려올 산인데 뭣 하러 오르는가” 만큼 우매한 질문이다. 그러나 답할 수 있다. 인간의 역사는 개인한테 나온다. 개인의 움직임은 곧 가치인거다. 옳은 가치를 의식하고, 스스로가 가동한 행동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것. 이것이 사는 이유이다. 서사시 같은 인생의 역사를 만들기 위하여 일일우일신하는 행동으로 살아야한다.
- 새해의 각오는?
= 하루하루 자신을 찬찬히 들여다보는 시간을 만들겠다. 간절히 원하는 것은 포기하지 않고 이루도록 하겠다. 후회 없는 삶을 살겠다. 후회할 시간을 아껴 뭐든 시작하겠다. 흔들리는 순간마다 지혜롭고 사려 깊은 격려를 아끼지 않겠다. 힘겨운 도전이라도 쉽게 멈추지 않도록 하겠다. 아까워할 시간도 아깝게 생각하며 살겠다. 그래서 내년 이맘때쯤, ‘한 게 정말 많구나’란 자긍심에 몸부림치겠다.
순간의 바람이 따끔한 주사 바늘만큼 사람을 정신 차리게 한다. 사람의 정신을 자극한 바람은 두 번 다시 오지 않는다. 삶은 바람처럼 일방향이다. 집착과 욕심은 아픈 인연일 뿐이다.
인생을 허투루 보내지 말라는 바람의 경고 속에서 우리는 아프지 않게 이별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가장 멋있게 행복을 쟁취할 수 있는 법, 그것은 후회와 상처 없이 이별하는 것이다. 사람과 시간의 매듭에서 말이다.
2021년의 끝이 목전이다. 마음을 먼저 살피고, 생각 속에 만들어 놓은 굴곡과 굴레를 벗어나야하는 시기이다. 잘 한 이별은 눈꽃처럼 눈이 부실 것이기 때문에…. 반성은 인생의 부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