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읽은 책들 가운데 유일하게 별다섯을 주었다
내가 편의점과 관련하여 처음 읽는 책은 ‘편의점 인간’이라는 일본 소설이었다. 18년간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여성의 이야기였다. 사회부적응이라는 편견에 굴하지 않고,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은 다양한 삶이 있는 편의점이라는 주인공이다.
두번째 책은 현재 편의점주인 봉달호 작가의 ‘오늘도 지킵니다, 편의점’이다. 뽀송뽀송하고, 사랑방 같고, 우리 삶의 다양성이 살아 있는 곳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재밌고 훈훈한 편의점 손님들의 에피소드가 차고 넘친다.
‘불편한 편의점’은 편의점을 지키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청파동에 자리잡은 편의점은 물건을 팔지만, 손님들이 잘 모르는 편의점 안 사연들이 매대에서 놓여진 물건 만큼 다양하게 펼쳐진다.
그런데 스토리들이 바로 눈 앞에서 일어나고, 손바닥 안에 쥐고 있는 우리네 삶의 내장들 처럼 생생하다. 부모와 자식간, 부부간, 그리고 사회 속에 얽히고 설킨 관계들, 이것들은 우리의 모습이고, 결국 각자의 인생공장에서 만들어 팔고 있는 물건들인 것이다.
책에서도 말하고 있다. “인생은 원래 문제 해결의 연속이니까요. 그리고 어차피 풀어야 할 문제라면, 그나마 괜찮은 문제를 고르려고 노력할 따름이고요.”
작가는 지문을 통하여 과거의 고통에 잡착하지 말라고 한다. “하루 24시간씩 일주일 아니, 언제나 한 가지 생각에만 빠져 있다면? 그 한 가지 생각이 고통으로 점철된 기억이라면? 고통에 흠뻑 잠긴 뇌는 점점 무거워지는데 떨쳐버리지 못한 채 그대로 망망대해에 빠지게 된다면, 뇌는 커다란 추가 되어 거대한 심연 속으로 당신을 끌고 들어갈 것이다. 그리고 머지않아 당신은 다른 방식으로 숨 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야 만다. 코도 입도 아가미도 아닌 것으로 숨을 쉬며 사람이라고 우기지만 사람 아닌 존재로 살 뿐이다. 고통의 기억을 ㅇㅈ러 허기조차 잊고 술로 뇌를 씻어보려 하지만 그러다 보니 대부분의 기억을 휘발시켜버리고 이제 내가 누구라고 조차 말할 수 없는 지경이 되어버린다.”
그렇다. 인생은 문제 해결의 과정이다. 여기를 막으면 저기서 구멍이 생기고, 저기를 틀어 막으면 다른 곳에서 숨어있던 염증이 면역력을 압도하고 터져나온다.
작가는 가족간 문제해결 방법을 이렇게 제시한다. “손님한테 친절하게 하시던데…… 가족한테도…… 손님한테 하듯 하세요. 그럼…… 될 겁니다.”
편의점은 인생에서 수많이 거쳐가는 정거장처럼 들르는 곳이다. 친절할수록 정거장에 가는 걸음은 정차하지 않는 법이다. 가족이건 남이건 손님 처럼 대하면 서로 상처받는 일은 없다.
작가의 행복관도 마음에 와닿는다. “결국 삶은 관계였고 소통이었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고 내 옆에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는 데 있음을 이제 깨달았다.”
작가의 글은 꾸밈이 없다. 일상의 대화를 그대로 글로 옮겨놓은 듯 하다. 삶의 생각과 행동들이 예쁘게 타이핑되어 눈앞에 펼쳐져 있다.
편의점 이라는 공간이 돈이든 물건이든 충전하고 떠나는 인간들의 주유소라고 말하는 작가는, 불편한 편의점이라는 제목과 달리 인생의 편의점을 개업하거나 이미 영업중인 사람들의 구도자와 같다.
불편한 편의점이 이미 베스트셀러의 자리를 견고하게 지키고 있다. 그것은 독자들이 많다는 의미이다. 그럼에도 후기를 쓰는 이유가 있다. 다른 이들도 나처럼 책을 읽으면서 켜켜이 갈라진 마음에 물을 주었으면 싶고, 맵고 센 것들에 길들여진 작금의 우리들의 ‘뇌’가 파란 물결이 출렁되는 넓고 넓은 바다를 바라보면 뇌파가 안정을 찾듯이, 그렇게 ‘진정제’에 더해 ‘안정제’라는 링거를 팔쭉에 꽂아 보았으면 싶어서다.
나는 올해 읽은 책들 가운데 유일하게 별다섯을 주었다. 별처럼 빛나는 소설이다. 책을 덮고 밤하늘을 바라보았을 때 별이 여기 저기서 불쑥불쑥 생겨나게 하는 책이다. 나는 작가가 고맙다. 정말 감사하다고 말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