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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작가 May 19. 2019

회사가기 싫을 때,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


이 한마디는 월요일이 힘든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한마디가 아닐까. 아마 당당하게 사표를 내는 장면은 대부분의 직장인의 로망 속에 자리잡은 한 장면일 것이다. 제목 하나만으로 모든 직장인의 눈길을 사로잡는 영화, 바로 2017년에 개봉한 일본영화인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이다. 직장인의 애환을 담았다는 이 영화는 과연 어떤 영화일까, 우리나라의 직장인의 교과서라고도 불리는 '미생'과 같은 느낌일까? 



영화의 시작은 월요일 아침에 힘겹게 출근하는 주인공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여느 직장인처럼 주인공은 오직 주말만을 기다리는 희망을 가지고 출근을 준비한다. 매일 같이 시달리는 업무 실적에 대한 압박에, 막말하는 상사에, 야근까지. 오로지 '쉬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지하철 선로에서 몸까지 내던지려 한 그는 어떻게 퇴사를 마음 먹을 수 있었던 것일까.


주인공은 열심히 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대량 수주건을 받기 위해 열정을 다해 노력하고, 선배사원에게 조언도 구한다. 하지만 그의 직장생활은 나아지지 않고, 오히려 회사 내 시기와 상사의 괴롭힘으로 계속해서 괴로움을 느끼게 된다. 주인공은 구조적 문제가 아닌 자신의 탓이라며 마음을 다잡곤 하지만 상황은 악화되기만 하고, 그는 자살까지 결심하게 된다. 그런 그에게 불현듯 나타나 친구가 되어준 야마모토는 그에게 질문한다. 


인생은 누굴 위해 있는 걸까? 
아오야마 다카시의 인생은 누굴 위해 있는 거지?


그리고 그에 대한 답은 바로,
'나를 위해', '나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을 위해'.


주인공은 나를 가장 소중히 여기는 사람인 부모님을 찾아가, 두려움을 가지고 힘겹게 이야기를 꺼낸다. "만약..만약에 말이야, 내가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면 어떻게 할거야?" 이에 부모님은 의외의 이야기를 건넨다. 


'뭐 어떠니. 세상에 회사가 하나만 있는 것도 아니잖니.
아직 넌 젊어. 얼마든지 실패해도 괜찮아.
인생이란 살아있기만 하면 어떻게든 풀리는 법이다.' 



이 장면에서 눈물이 핑- 돌았다. 그 누구도 나에게 쉽게 해주지 않는 이야기. 얼마든지 실패해도 좋다는 이야기. 아무도 나에게 해주지 않는다면, 나라도 이 이야기를 스스로에게 해줄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실패해도 정말 괜찮아. 



소중한 사람으로부터, 내 인생을 존재하게 하는 사람들로부터 큰 용기를 얻은 주인공은 마침내 퇴사를 결정하게 되고, 그런 주인공에게 상사는 역시 폭언을 서슴지 않는다. '근성 없이 도망가는 것이며, 이렇게 평생 실패만 하다 패배자로 남을 것'이라며 주인공을 압박하며 자존감을 깎아 내리고 두려움을 갖게 한다. 


하지만 주인공은 '그래도 상관없다. 사흘 전까지 이 회사 옥상에서 뛰어내릴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이런 저초차도 내일부터 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금은 아직 무엇을 하고싶고 잘 할 수 있는 지 모르지만 저 자신을 속이지 않고 살아가고 싶다.' 라고 이야기하며 마침내 회사 문을 박차고 나온다. 



세상 홀가분한 표정으로 아이처럼 해맑게 뛰쳐나오는 주인공의 모습. 이렇게 행복할 수 있었는데, 도대체 무엇이 두려워서 주인공은 그렇게 망설였던걸까. 아마 죽는 것보다 실패와 패배라는 것이 두려운 건 아니었을까.




인생이란 살아있기만 하면 어떻게든 풀리는 법이다.


누구나 직장생활을 하며 힘든 순간이 있다. 그 순간마다 정말 포기하고 싶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단순히 그러한 순간마다 포기해버려도 괜찮다는 것은 아닐 것이다. 단순히 퇴사를 권유하고 혹자가 말하듯 참을성과 끈기 없이 회사를 그만둬버리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정말 자신을 놓아버리고 싶을 만큼 힘에 겨울 때, 회사 내에서 자신을 버려야만 할 때, 그러한 순간들이 자신을 집어삼키려고 할 때, 끝이 두려워서 그저 참는 것밖에 할 수 없는 사람에게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가 아니었을까. 


지금 당신이 있는 그 곳이 절대 끝이 아니라고. 퇴사를 한다고 해서 끝나버리는 것이 절대 아니라고. 살아있기만 하면, 나의 삶은 당장 내일부터 달라질 수 있으며 당신의 이야기를 계속 써내려갈 수 있다는 희망에 대해서 이야기해주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To each his own'


이 영화의 영문 제목인 이 문장은, '개인의 취향이지.' 라는 뜻이라고 한다. 이 영화는 단순히 회사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회사에서 오래 버티면 승리자이고 퇴사하게 되면 패배자가 되는 것일까? 인생에 정해진 답은 없다. 각자의 삶은 너무나 다르기에, 각자의 방법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오히려 자신의 모습을 잃어가고 있다는 것은 더 정답에서 멀어지게 되는 것이다. 


그저 내 인생은 나와 나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을 위해 존재하기에, 그 명제를 단단하게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 지금 있는 곳이 무너진다고 해서 절대 끝이 아니다. 우리가 살아있기만 하면 어떻게든 풀어나갈 수 있다. 새로운 곳에서 또 다시 좌절할 수 있다. 그럼 그때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면 된다. 그렇게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그렇게 살아나가는 것이다. 그러니 지금 잠깐, 회사를 관둬도 괜찮은 것이다. 나를 위해, 다시 시작해도 괜찮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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