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B <방콕> 편에서 소개한 힙스터의 도시 '방콕'의 다양한 핫플레이스! 직접 찾아가 경험해보았다. 실제로 본 방콕의 핫플레이스는 어떻게 다를까? 지금부터 하나하나 파 헤져보도록 하겠다.
직접 경험해본 힙스터 도시 방콕 1편
'DOWN TO EARTH'
빠똠 오가닉 리빙은 개인적으로 가장 궁금했던 곳 중 하나였다.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친환경 라이프스타일'이라는 키워드는 선진국만의 과제이자 전유물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개발도상국이라고 할 수 있는 태국의 방콕이라는 도시에서 '지속 가능한 라이프스타일'이라니. 도대체 어떤 모습일까? 이러한 주류에 관심을 가지고 방문하는 사람들은 대체 어떤 사람들일까.
빠똠 오가닉 리빙의 입구에서부터 그런 나의 의심은 단번에 무너져버렸다. 무성한 숲 속에 투명한 유리벽으로 이루어진 온실과 같은 모습을 한 이 공간은, 구태여 설명하지 않아도 환경과 자연의 어우러짐을 담아내기 위해 고민한 흔적이 자연스럽게 묻어났다.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이 공간 역시 사랑할 수밖에 없으리라. 이 곳은 방콕일까, 뉴욕의 브루클린일까.
'오가닉(organic, 유기농)'과 '제로 웨스트(zero waste)'를 추구하는 철학답게, 샵 내부의 모든 것이 '유기농'이라는 맥락에 맞춰 너무나 뚜렷하게 이루어져 있었다. 샵 내 카페에서 판매하는 커피와 티, 베이커리류 모두 유기농 재배된 재료로 만들어진 것이었고, 카페 한 켠에는 원두 생산지 농장과 오가닉 팜에 대한 스토리가 걸려있었다. 뿐만 아니라 오가닉 바디케어 제품, 오가닉 소재의 의류와 가방, 오가닉 디저트와 식재료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컨셉'과 철학'이 '공간연출'과 그곳에서 판매되는 '제품'까지 철저하게 연결되어 있음이 느껴질 때, 고객들은 그제야 비로소 '메시지'를 읽고 '진정성'을 알게 된다. 빠똠 오가닉 리빙은 대표적인 힙한 도시 중 하나인, 뉴욕의 '브루클린(brooklyn)'의 다른 라이프스타일샵과 견주어도 손색없을만한 감각과 철학을 가진 샵이었다. 앞서 말한 세심한 디테일이 빠똠 오가닉 리빙을 핫플레이스로 만들어준 강력한 힘이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디테일이 모여, 태국의 방콕이라는 도시에서 '지속 가능한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움직임을 조금씩 흐름으로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방콕에 비건 레스토랑이라니. 야시장과 로컬푸드의 향신료 풍미 가득한 타이 푸드가 아닌 비건 레스토랑과 방콕의 조합은 어쩐지 낯설고 한편으로는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브로콜리 레볼루션에 발을 디딘 순간, 뉴욕에 와있는 줄 알았다. 테이블에 자리 잡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은 원주민이나 현지인이 아닌 대부분 서양인이었다. 블로그 후기를 찾아보니 우리가 갔을 때뿐 아니라 평소에도 대부분의 고객이 서양인인 듯하다. 한켠에서는 정장 차림의 사람들이 비즈니스 모임을 갖는 것 같은 모습도 보였다. 브로콜리 레볼루션은 외국인들을 위한 쇼핑몰과 고급 호텔, 레스토랑 등이 모여 있는 스쿰빗(sukhumvit)에 위치해 있는데, 아마 그 영향도 좀 있는 듯했다.
비록 생각했던 것보다 현지인의 모습은 적었지만 브로콜리 레볼루션 역시 비건 레스토랑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채소가 주가 된 다이닝과 음료류가 잘 구성되어 있었다. 고민 끝에 비건 스무디 몇 잔을 주문했다. 한 켠에는 역시 비건을 주제로 한 다양한 생활용품들과 굿즈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플라스틱 병뚜껑을 모으고 있는 모습도 보였는데, 브로콜리 레볼루션 역시 비건이라는 지속 가능한 라이프스타일을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에 그에 맞는 다양한 활동들을 하고 있는 듯했다. 최근의 트렌드와 핫플레이스의 필수 조건 중 하나는, 역시 라이프스타일과 관련된 전반적인 것을 다루는 토탈 편집샵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낀다.
정말 감탄했던 부분은, 바로 이 카페의 천연 스트로우다. 아래에 보이는 것처럼 식물의 가운데를 뚫어 천연 스트로우를 만든 것인데, '모닝글로리'라는 식물의 줄기를 사용해 직접 만든 것이라고 한다. 그 아이디어가 정말 독특하고 비건 레스토랑이라는 컨셉에도 잘 맞아 감탄을 자아냈다. 역시 하려면, 정말 눈에 띄게 확실하게 보여주어야 한다.
'앞으로 브로콜리 레볼루션의 건물 옥상에서 직접 농작물을 가꾸는 일을 시작으로 방콕 사람들에게 자신이 재배한 식재료를 먹는 기쁨에 대해 알려주고 싶어요' (매거진 B <방콕> 중에서)
비록 브로콜리 레볼루션의 창업자인 '나야 에를리히 아담'의 바람처럼 방콕의 현지인들이 주로 찾는 곳은 아니지만, 방콕에서도 이러한 비건 레스토랑이 운영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비건 스무디는 사실 나의 입맛에 맞지는 않았지만, 브로콜리 레볼루션은 방콕의 비건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움직임을 느끼기엔 충분한 곳이었다.
방콕의 오가닉 샵과 비건 레스토랑. 매거진B에서 소개한 이 두 공간이 물론 현지인 사이에서 주류가 되는 공간은 아니었다. 하지만 최근 방콕에서 조금씩 보이는 움직임에 대해서 느낄 수 있었고, 뿐만 아니라 매거진B가 <서울> 편에서 이야기했던 우리나라에서도 공간의 트렌드로 여겨지고 있는 것들이 방콕에서도 구현되고 있다는 것을 이 두 공간을 통해 느낄 수 있었던 하나의 계기가 되었다. 방콕의 또 다른 이면을 느끼게 해 준 것만으로 우선 매거진B는 하나의 역할을 해낸 것이었다.
* 글을 쓰고, 생각을 담는 모임, '쓰담'의 멤버로 함께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