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B에서 소개한 힙스터의 도시 '방콕'. 매거진에서 소개한 다양한 핫플레이스를 직접 찾아가 경험해본 후기의 2탄! 그 두 번째 이야기는 우리나라에서도 새로운 트렌드로 급부상하고 있는 '공간'에 대한 내용이다. 폐공장을 재활용한 성수동의 '대림창고', 신개념 복합 문화공간 '성수연방'과 같은 곳이 방콕에도 있다! 실제로 본 방콕의 핫플레이스, 지금부터 한번 더 파 헤져보도록 하겠다.
직접 경험해본 힙스터 도시 방콕 2편
'SPACE'
사실 '더 잼 팩토리'에 특별한 것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공간이 의미를 갖고 SNS에서 핫플레이스로 일컬어지는 이유는 방콕에서 전에 없던 '도시재생 프로젝트'를 처음으로 시작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 곳에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아주 유명하고 독특한 컨텐츠가 있는 것은 아니다. 유명한 F&B도 없고, 쇼핑을 위한 패션 브랜드가 있는 것은 더욱 아니다. 그저 배터리, 제약, 얼음공장으로 사용했던 이 곳이 서점과 카페, 소품샵, 건축사무실로 바뀌었다는 것, 그 자체가 주는 의미가 이 공간 특유의 분위기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더 잼 팩토리는 크게 서점이자 카페인 '캔디드 북스&카페', 소품과 가구를 판매하는 '애니룸', 레스토랑 '더 네버 엔딩 서머' 그리고 설립자인 두앙릿 분낙의 건축회사 'DBALP'의 건축 사무실로 구성되어 있다. 건물 가운데에 자리 잡은 공터를 중심으로 카페와 서점, 소품샵, 건축 사무실이 둘러싸고 있다. 이 공간에서는 플리마켓과 라이브 공연도 이루어진다고 한다.
소품샵과 서점을 둘러보고 카페에 자리를 잡았다. 주말에는 북적이는 이 곳이지만, 우리가 방문한 평일에는 이 공간의 한적하고 조용한 분위기에서 무엇인가에 집중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 곳의 또 다른 트레이드 마크는 바로 'library 와플.' 녹색 반죽으로 구워 산처럼 높이 솟은 모양을 만들어낸 와플이다.
사실 더 잼 팩토리를 방문하고 실망하는 사람들도 간혹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폐공장을 활용하여 이 곳을 채우는 독립서점과 카페, 소품샵 등만으로도 특유의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이 '공간'은 우리에게 명확한 메시지를 전한다. '다른 요소 없이 공간 그 자체만으로 하나의 컨셉이 될 수 있다'라고.
''오픈하우스에 '코 리빙 스페이스'라는 이름을 붙인 이유는 이 공간을 '방콕의 거실'로 만들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밥을 먹고 친구와 대화를 나누고, 책도 읽고, 공부나 일을 하다가 아무 생각 없이 쉬기도 하는 그런 공간 말이에요.' 매거진 B에서 이 말에 꽂혀 꼭 방문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방콕의 거실이라니, 어떤 느낌일까 궁금증을 갖게 했다.
'오픈하우스'는 방콕에서 웬만한 명품을 다 만나볼 수 있는 고급 쇼핑몰 중 하나로 꼽히는 '센트럴 엠버시(Central Embassy)'에 안에 있다. 우리나라 쇼핑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서점이 아니라 이 넓은 쇼핑몰의 가장 높은 층 전체를 다 쓰는 파격적인 형태이다. 대체 고급 쇼핑몰에서 어떻게 이런 파격적인 선택을 하게 된 것일까. 일본의 츠타야 서점을 떠올리게 하는 이 공간. 오픈하우스가 이루고 있는 공간의 구성을 보면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컨텐츠 하나, 토탈 라이프스타일 공간
오픈하우스는 서점과 카페, 코워킹 사무실, 소품샵에 레스토랑과 와인샵까지 어우러진 복합공간이다. 오픈하우스 안에 방콕 첫 번째 방문기에서 소개했던 '브로콜리 레볼루션'도 있고, 'Meat Bar'도 있으며, 높은 층에서 경치를 보며 와인을 즐길 수 있는 '와인바'도 있다.
컨텐츠 둘, 'Co-Thinking Space'와 'Art Tool Bar'
가장 인상 깊었던 공간은 'Co-Thinking Space'와 'Art Tool Bar'이다. 'Co-Thinking Space'는 회의를 하는 동안 최상의 창의력과 생산성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조성한 공간이다. 'greenhouse-inspired environment'라는 키워드에 맞게 그리너리 한 소품과 식물들로 공간을 가득 채웠다. 한가운데에는 칵테일바가 있어, 작업 중 지쳤을 때 리프레시도 가능하다.
'Art Tool Bar'는 크리에이터들을 위한 공간으로, 각종 예술 도구를 판매하기도 하고 그와 관련된 예술품과 책들을 감상할 수도 있는 곳이다. 예술가들은 이 곳에서 자유롭게 영감을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예술가와 사진가를 위한 도구들은 아주 세분화되어 있어 정말 크리에이터들을 지원하고 육성하기 위한 공간이라는 것을 느끼게 했다.
컨텐츠 셋, 공간과 자연스럽게 어울려 소통하는 사람들
오픈하우스는 각 공간마다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머물 수 있는 공간이 설계되어 있다. 게다가 중간층 책장 사이에 공간은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공간인 듯했다. 그곳에서 자유롭게 앉아 책을 읽고 머무는 사람들의 모습이 오픈하우스가 '방콕의 거실'을 정말 잘 구현하고 있다는 것을 반증했다.
사실 이런 공간이 매출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그 공간에 큰 행사장이나 고급 레스토랑을 유치하는 것이 매출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높은 층을 이러한 복합 문화 공간으로 채운 이유는 아마도 '경험'이라는 가치를 전달하기 위함일 것이다.
국내에서도 대다수의 쇼핑몰의 가장 큰 관심사는 바로 '경험'과 '공간'이다. 급성장하고 있는 온라인 시장에 대항하여 오프라인 쇼핑몰이 고객에게 줄 수 있는 가치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이런 고민이 방콕의 센트럴 엠버시가 오픈하우스를 유치하는 데에 반영된 것이 아닐까. 고객이 자연스럽게 머물게 하고 커뮤니티를 형성하게 하는 것, 그것이 바로 오프라인 쇼핑몰이 살아남는 방법이자 오픈하우스가 가지는 가치일 것이다.
방콕의 더 잼 팩토리와 오픈하우스는 그 매력과 성격이 다른 곳이지만, 이 두 곳이 주는 메시지는 동일하다. 바로 공간이 가지는 가치와 중요성이다. 폐공장이라는 컨셉 하나만으로 SNS를 달구는 핫플 된 더 잼 팩토리, 고급 쇼핑몰 최상층에 당당히 위치해 있는 오픈하우스.
이 뿐만 아니라 '통로' 지역에 있는 복합 문화공간 '더 커먼스(The Commons)', 아로마 편집샵과 레스토랑이 결합한 '카르마카멧(Karmakamet)' 등 방콕에는 새로운 공간에 대한 이슈가 점점 뜨고 있다. 국내뿐만 아니라 쇼핑의 천국 중 하나인 방콕에서도 볼 수 있는 복합 공간 트렌드. 이것만으로도 우리가 공간에 대해 지속적으로 주목해 나갈 이유가 찾을 수 있지 않을까.
* 글을 쓰고, 생각을 담는 모임, '쓰담'의 멤버로 함께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