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든터 Sep 30. 2024

공샘두줄 [행복한 삶]

목 쏘리Sorry야

감사하지 못해서 미안

감싸주지 않아서 죄송


 -목 쏘리Sorry.<미안한 孔샘두줄>



내게서 목소리가 없어진다면...

아이쿠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내가 가진 유일한 장점이 말하기 인데 만약에 목소리가 안 나온다면 나의 유일한 장점이자 축복이 송두리채 사라지는 것이다.


목소리가 안 나올거라는 그런 생각은 단 한 번도 해본적이 없었다.


그런데 이번 추석명절 연휴중반에 갑자기 목이 쉬더니 쇳노리가 나오더니 성대가 아프더니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소리를 질러보려 했지만 동물짖는 소리만 나오고 목에선 가래만 그렁그렁거린다. 물도 마셔보고, 도라지청 차로도 마셔보고, 약을 쏟아 부어도 목소리가 돌아오지 않는다. 병원을 가서 가래를 뽑아내고 주사를 맞고 약을 먹어도 목소리가 나오질 않는다.


큰일이다. 당장 연휴가 끝나면 시작되는 강의들을 어찌할 것인가?


사실 강의도 강의지만 이대로 성대가 굳어져 더 이상 목소리를 낼 수 없다면 앞으로 난 무엇으로 일을 할까? 그 대책이 있어야 했다. 멋진 다리를 얻기 위해 목소리를 뺏겼던 인어공주를 떠올렸다. 그런데 목소리를 잃었어도 내 다리는 길어지지도 멋져지지도 않는다. 만약에 정말 목소리를 잃는다면 난 무엇으로 내 할 일을 할 수 있을까? 밤새 머릿속으론 그런 생각을 하며 간절히 기도했다.


이제껏 이렇게 좋은 목소리를 가진 것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갖지 못한 것에 대해 반성도 했다. 조금 더 목을 감싸주고 보호 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음에 대해 후회도 했다. 내 목소리를 돌려달라고 기도도 했다.


다행히도 강의 첫날 사람 목소리가 나왔다. 아주 작은 목소리로 8시간의 수업을 해냈다. 지속적으로 물 마시고 약 먹고 목을 감싸주며 아나마라도 목소리가 회복된 것에 대해 감사했다.

이튿날도 4시간 강의 다음날 다음날 계속 쉰 목소리지만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고 약간 무리해가면서 1주일 내내 강의.


이제 오늘은 제주까지 왔다. 오늘 내일 강의가 잘 끝나면 일요일은 푹 쉴테니. 오는 내일은 그래도 3시간씩만 하면 되니까. 마이크도 사용하니까. 조심조심 잘 해보자.


목소리가 나와서 다행입니다.

목소리가 회복되어 감사합니다.

쉰 목소리로 강의하는데도 참아준 청중 모두에게 감사합니다.

다시 회복해준 내 목에게 감사합니다.


그리고 그동안 좋은 목소리를 갖게된 것에 감사하지 못하고 감싸주지 못해서 내 목에게 매우 미안해하며 외칩니다.


목소리야 목 Sorry야

작가의 이전글 孔샘두줄 [행복한 삶]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