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남방으로 향하는 기상의 기운
새벽 4시 31분. 북방 산맥의 정상, 설원 위에서 힘찬은 눈을 떴다. 은빛 긴 머리가 차가운 바람에 흩날렸고, 숨을 들이마시자 폐가 얼어붙는 듯한 공기가 들어왔다. 모든 것이 평소와 같았다. 그런데 오늘은 달랐다.
너무 깔끔했다. '정상적'이라는 말이 과하게 잘 어울리는 상태.
누군가 세계의 표면을 매끈하게 닦아낸 완벽한 고요와 정숙함. 힘찬은 미세한 어긋남을 느꼈다.
“… 노곤.”
그는 오래전부터 그 이름을 알고 있었다. 잠으로 세계를 눌러버리는 존재. 의지가 아니라 무게로 균형을 유지하는 힘. 노곤이 존재하는 한 세계는 언제든 흔들릴 수 있다는 불안을 품는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 불안을 견디기 위해 기도하기 시작했다. 부디, 아무 일도 없게 해달라고.
그런데, 너무 고요했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불안은 사라질 수 없는 자연의 요소다. 인간은 매일 불안을 느끼지만 잠을 통해 회복하고 기상을 통해 또 다시 새로운 하루를 살아갈 수 있다.
노곤은 인간의 잠에 관여해왔고, 힘찬은 그들의 새로운 아침에 관여하면서 균형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런데 남방에서 잠의 밀도가 갑자기 깊어졌다. 이것은 안정이 아니다. 힘찬은 확신할 수 없었지만 직감했다. 남쪽에서 무슨 일이 발생했다고 확신한 그는 침묵 속에서 떠날 준비를 했다. 그리고 남쪽으로 출발했다.
남쪽으로 내려갈수록 평화는 더 완벽해 보였다. 힘찬은 의아했다.
'완벽해 보이는데, 자꾸 이질감이 들지?'
그러나 그의 걱정과 달리 사람들은 말하기 시작했다.
“뭔가 더 괜찮아진 것 같지 않아?”
"이상하게 불안감이 사라졌어!"
노곤은 여전히 잠들어 있었고 잠결에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리고 일어나지 않았다. 그래서 재난도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힘찬이 나타나자 사람들의 시선이 바뀌었다. 환영이 아니라 경계였다.
“저 사람 뭐야? 여긴 왜 왔지?”
"누군지 모르지만, 뭔가 이상한 기분이야!"
"제발, 부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어!"
남쪽으로 내려갈수록 힘찬은 평범함과 마주쳤다. 전쟁의 흔적도, 불안도 느낄 수 없었지만 그는 느낄 수 있었다. 남방의 경계에 가까워질수록 보이지 않는 그림자가 더 짙어졌다.
경계의 평원. 남방의 경계에는 이름이 없었다. 사람들은 그곳을 그냥 경계라고 불렀다.
넘어가도, 넘어와도 아무 일이 생기지 않지만, 분명히 구분되는 경계. 그뿐이었다.
남방의 경계에 들어선 힘찬은 숨을 고르고 있었다. 이대로 한발만 더 나아간다면,
그래서 경계를 넘어간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스스로도 고민스러웠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