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선 위의 대치

33. 승부가 아니라 선을 긋는 싸움

by NaeilRn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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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찬이 한 발을 더 내딛자 물이 땅 위로 번졌다.

발두르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그림자가 움직였다. 마왕의 그림자가 명령받은 불처럼 힘찬의 앞에 섰다.

발두르는 뒤에서 조용히 서 있었다. 전면에 나서는 대신, 그림자를 전장으로 내보내는 방식.

마왕이 존재만으로 힘을 얻은 이유가 그 배치에서 드러났다.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와, 마왕이 힘을 되찾은 거야?"

"근데 왜 조용하지?"

"어쨌든 무사하면 좋은 거 아닌가? 그런데 저 사람은 왜 마왕을 공격하는 거야?"


말들이 쌓일수록 발두르의 불은 커지지 않았지만 점점 무게감이 상승하기 시작했다.

힘찬은 그 모습을 보여 말했다.

"당신은 이제 싸우지 않아도 강해지는군요."


발두르가 대답했다.

"틀렸네. 나는 싸우고 있다네. 다만 칼이 아닌 사람들의 마음에 앉아 있을 뿐이지."


물과 불이 맞닿는 지점에서 증기가 생겨났다. 그런데 증기는 하늘로 오르지 않고 사람들 사이로 퍼졌다.

순간, 사람들은 선택의 피로가 몸으로 스며들면서 두통, 짜증, 불안을 느끼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서로 갈라지기 시작했다.

"지금도 괜찮은데 왜 굳이 싸우는 거야?"

"근데, 저 사람이 오고 나서 정신이 멀쩡해지는 느낌이야."

"노곤을 깨우면 안 돼, 우리가 감당할 수 없어!"


힘찬은 깨달았다.

지금의 대치상황은 누가 더 센가 가 아니라 세상이 어떤 방향으로 갈 것인가를 고르는 마찰이다.

그래서 그는 결투를 끝내는 것보다 명확히 할 필요가 있었다.

"발두르, 선을 넘지 마세요. 사람들의 선택을 빌려 서 있는 순간부터 당신은 더 이상 주체가 될 수 없습니다."


발두르는 미소를 지우지 않았다. 대신 짧게 말했다.

"북방의 기상. 이것이 자네의 방식인가?"


힘찬은 불을 꺼뜨리지 않았다. 불을 꺼뜨리면 사람들의 선택까지 지워질 수 있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물러났다. 그리고 발두르도 그림자를 불러들였다.

"오늘은 불이 꺼지지 않겠군."

"예, 대신 당신이 선택을 대신하는 자리에서 내려오게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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