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울 것인가, 그대로 둘 것인가

32. 선택을 대신하는 자

by NaeilRnC
32. 깨울것인가, 그대로 둘 것인가.png


"여기까지다."


힘찬이 경계를 넘어가려는 순간, 그림자가 늘어났다.

마치 원래부터 그 자리에 서 있었던 것처럼 마왕 발두르가 나타난 것이다.

그는 젊음을 되찾은 상태였다. 그리고 승리의 표정을 짓고 있었다.

"북방의 기상, 생각보다 빨리 왔군."

"발두르, 역시 당신이었군요."


힘찬은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대신 남쪽을 훑었다. 불타는 도시도 무너진 왕국도 없었다.

사람들은 평화로워 보였고 재난을 걱정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당신이 노곤을 제압했다는 사실을 모르나 봅니다."


발두르는 웃지 않았지만, 아주 미세하게 입가가 올라갔다.

"그대는 지금의 평화로움이 마음에 들지 않나?"

"잘 보게. 세상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네. 그런데 자네가 이곳에 온 이유는 뭐지?"


힘찬은 잠시 침묵했다. 그 침묵 사이로 남쪽에서 부디 아무 일도 없게 해 달라는 기도소리가 들려왔다.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무엇을 확인하고 싶다는 거지? 노곤이 계속 잠들어 있으면 세상은 멀쩡하다네."

"노곤은 이 세계의 균형입니다."


발두르는 고개를 저었다.

"그는 불안이다. 사람들은 그 불안 때문에 아무 일도 없기를 빌지. 그런데 자네는 노곤을 깨울 생각인가?"


힘찬은 숨을 들이쉬었다. 발두르는 힘찬을 바라보며 덧붙인다.

"나는 연단에 서지도 않았고, 연설도 명령도 하지 않았다네. 나는 그저 존재할 뿐이지. 그리고 사람들은 그 존재를 '질서'와 '안정'이라고 부르고 있네. 그런 사람들의 선택을 무시할 생각인가?"


힘찬은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하지만 이건 평화가 아니라 유예일 뿐입니다. 사건이 발행하지 않는 상태가 유지되는 것은 질서와 안정, 그들의 선택이 아니라 그저 '정지'일뿐입니다."


발두르가 낮게 묻는다.

"그래서 나를 쓰러뜨리겠다는 건가?"

"지금은 아닙니다."

"하지만 당신이 사람들의 선택을 대산하고 있다는 건 멈춰야 합니다."


그 순간, 경계의 땅이 젖어들었다. 기상이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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